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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표된 시입니다만, 행사 취지에 부합하다면 사용해도 좋습니다. 수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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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2일
류정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말한다, 아들아
기억해라, 2003년 4월 2일,
그날 바람이 몹시 불었고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었다.
개나리도 목련도 벚꽃도,
냉이꽃이며 제비꽃이며 민들레까지
수없이 많은 꽃들이 꽃잎을 크게 열고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쳤으나
침략자가 되는 것을 막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형형색색 꽃향기로 가득해야 할 이 땅의 4월은
나쁜 피의 냄새에 젖어들고
마을마다 꽃길을 만들고 싶었던 젊은이들은
죽임의 길을 닦으러 가게 되었다.
기억해라, 아들아
그날 미쳐 날뛰는 바람 앞에서
꽃들은 할 일을 다했으나
사람은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하였다.
* 2003년 4월 2일 대한민국 국회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 파병동의안을 가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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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환=1965년 충북 보은 출생. 1992년 <현대시학> 신인발굴로 등단. 시집 <붉은 눈 가족>, <검은 밥에 관한 고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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