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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처 메일로 보내온 김응교 선생님의 시 3편입니다.
세뇌공장
김응교
지독한 물건을 만드는 세뇌공장에
나는 셀 수 없이 방문했다
은근히 플러그를 꽂는 그곳에 가면
배꼽 아래부터 혈액이 몇 볼트씩 올라간다
세뇌공장 야스쿠니*에 가면
한참 서서 보는 작은 동상이 있다
잠수복 입고 기뢰가 달린 창으로
연합군의 배 밑바닥을 찔러
폭사했다는 15살 소년병 특공대의 동상
실은 연합군 배에 접근하기 전에
대부분 익사해 죽었다고 한다
죽으면 카미사마[神]가 되는 우상의 냉장고
국가사회주의가 박제된 신전(神殿)
洗腦공장은
오직 신의 나라만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모든 외국인은 악인으로 보이는
약물을 강제로 주사한다
막무가내로 사람의 몸 속으로
각반 찬 군화발을 디미는 세뇌 공장은
상상력을 차압하며 악성 빈혈을 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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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는 김응교「야스쿠니와 사카모토 료오마」(『창작과비평』2004년 봄호)를 참조바란다.
도쿄 타워
늦은밤 다다미방 창가에서
바라 보는 도쿄 타워,
랑닌구 바람에 다다미방에 누워 있는
내 몸에서 몽상만 빼내
나를 남산 타워로 끌고 간다
엄마, 왔어요
가방에 미제물건 배달하고 돌아오는 누이들
미 8군에서 나온 막대기 소시지로 채워진
빈 가방처럼 헐렁헐렁한 어린 배창자
접근하면 발포, 라는 미군 팻말에
쑥떡 먹이며 아이스케키 빨던 벗들,
이태원에서 자지적 자지적 미군 걸음을 흉내내던 친구들
잠깐 내 상상에 출연했다가 미끄럽게 사라진다
일제 때 히노마루 휘날리고
지까다비 각반 찬 포병대원 행군하던 거리
식민지 조센군 사령부가있던 자리에
한미연합사령부, 껌 씹는 백인과 흑인이 거닐고
트럼펫 소리에 성조기 오르는 내 고향 식민지 1번지
가끔 내 꿈자리에 쑤시고 들어와
나의 살던 고향 용산에
각반 찬 국가 사회주의가
다시 긴 칼 쑤셔대는
불길한 꿈을 일으키는 놈, 도쿄 타워
거대한 손
나눔의 집, 할머니들
상처입은 일본어로 맞아주셨다
몸 한 구석이 찢어졌던 시대를
쉽게 말씀해주시지 않으시고
그저 일본인 학생들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사진기 앞에서 웃어 보이셨다
돌아오는 길에 학생들은
모두 말없는 돌덩어리가 되었다
무거워진 버스는 쉽게 굴러가지 않자
오오무라 선생님 한마디 하셨다
내가 한국을 평생 공부했던 것은 일본을 위해서입니다
일본이 바른 나라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이백여명의 군인위안부 할머니들이 왔었던
2000년 도쿄 국제 군인위안부 법정에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참가했을 때
한국인 위안부 출신 할머니도 비슷한 말을 하셨다
나는 일본이 큰 나라답게 처신하기를 바랍니다
일본이 정직한 나라가 되기를 원합니다
일본인들은 잘 모른다.
일본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큰 나라로서 어떤 책임이 있는지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나무 껍질 조막손은
하늘을 담고 있는 저 미소는
일본보다 휠씬 거대하다
[약력]김응교(金應敎)
연세대 신학과 졸업, 연세대 국문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분단시대』와 1990년 『한길문학』 신인상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외국어대학을 거쳐, 도쿄대학에서 비교문학 비교문화를 연구했고, 현재 와세다대학 문학부 객원교수로 있다.
저서에『박두진의 상상력 연구』(박이정, 2004) 『한국시와 사회적 상상력』(소명출판, 2002)가, 시집으로 『씨앗/통조림』(하늘연못, 1999), 예술문학기행『천년 동안만』(문예마당, 1996), 시인론 『신동엽』(사계절, 1994), 장편실명소설『조국』(풀빛, 1993), 문화예술론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노동은 공편, 민글, 1993)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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