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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날로 간다
이종암
1. 부시 혹은 미국
이마에 놓인 주름의 깊이가 아까워라
푸르른 하늘의 고요를
찢어발기는 날 선 사금파리를
어찌 너는 그리 꽃이라 우기고 있는지
헬기에서 내려 기자 회견대에 오를 때
왼손에 무서운 셰퍼드를 붙들고
세계 평화를 윽박지르며 오른손 주먹 치켜들고
자유를 말하는 너는, 나와 다른 것은
모두가 폭력이라 거짓이라 적이라 단정짓고
어디든 거침없이 달려가 그냥 때려부수는
너희를 세계 평화의 전도사라 부를까
뭐라 말할까
뉴욕항 자유여신상의 창백한 미소가
잘난 너희들 위선의 거대 상징물인가
저 풍선은 오래 가지 못하리
2. 한반도, 한반도
제주4·3, 6·25, 광주5·18
이런 이상한 상징의 숫자들이
한반도에 다시 내려오게는 할 수 없다
또다시 거창, 실미도, 매향리, 부안
이런 이름들이 사람 사는 마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우리 입에
다시 오르내리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짤꼬!
북핵 문제로 반도 전체가 불바다로 될 수도 있다는데
금뺏지 나랏님들은 신물나는 정치싸움만 하는데
이건 우리 민족의 생존 문제다
이라크에 일어난 그 시커먼
죽음의 불꽃이 다시 한반도에
타오르게 할 수는 없다, 없다
3. 새날
내가 가지 못하고 네가 오지 못하는 건
잘못이다 서로 넘나들지 못한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국가와 국가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도
베고 죽이는 패악질은 이제 끝나야 한다
대상 위에 내가 서 있겠다는 건 끝내
삶의 길을 끊는 낭패의 길이다
사람들 머리 위 아직 허공을 떠도는
신음 소리 검은 연기로 뒤덮힌 하늘에
핏발선 눈빛이 가득하다
지금은 다만 우리들이 지은 죄의
용서를 구하고 푸른 하늘로 닦아내는데
땀 흘려야 한다
그래서 세계 화평의 새 門 열어야 한다
신생의 새날로 우리는 가야 한다
- <시경> 2004년 봄호 발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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