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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체험학습의 가벼움
도종환(시인)
지난주에 학생들과 경원선 철도중단점을 다녀왔다. 버스로 의정부까지 가서 열차를 갈아타고 신탄리역으로 갔다. 그리고는 열차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철도중단점 앞에 모여 통일교육 현장체험학습을 했다.
배타적이며 개인주의적인 삶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통일은 늘 무거운 주제이다. 어른들에게 들은 대로 통일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적으로 더 어렵게 되고 혼란만 가져다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생수가 절반 가까이 된다. 그게 현실이다. 철원 노동당사를 찾아가도 전쟁과 분단의 아픈 기억보다는 서태지 뮤직비디오 촬영한 곳이라는 생각에 들떠 달려간다.
교사들이 사전 답사를 다녀오고 전교조 홈페이지에 들어가 통일교육자료를 참고하여 학생용자료집을 만들고 하면서도 아이들이 통일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을 했다. 자료집에 평화, 화해, 통일을 위한 훈화자료도 넣고 북한말과 우리말 비교하며 알아보기도 넣고 퀴즈로 풀어보는 북한 주민생활 자료도 넣었다.
이번 체험학습에서 느낀 느낌을 시 산문 중에 하나로 쓰거나, 중단점, 판문점, 경원선 등으로 삼행시를 짓거나 통일엽서 꾸미기, 북한 청소년에게 편지쓰기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작성하는 과제도 줬다. 영어과에서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를 영어로 쓰거나 돌아오지 않는 다리, 공동경비구역, 판문점 등을 영어로 쓰게 하는 과제가 나갔다.
출발하면서 버스 안에서 영화 <공동경비구역>을 보는 시간도 가졌고 오고가는 차안에서 통일 노래배우기도 하였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나 `이등병의 편지'뿐만 아니라 `휘파람'이나 `반갑습니다' 같은 북한 가요도 방송을 통해서 자주 들어서인지 별로 거부감 없이 잘 불렀다. 물론 그 노래 끝나기가 무섭게 노래방 기계 틀어달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이번 체험학습에서 아이들은 소모적으로 사라져 버리고 마는 분단비용보다 생산적인 시설건설에 투자하는 통일비용이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된다는 것을 배우고 전쟁이 왜 일어나서는 안 되는지, 하나의 나라로 통일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나라가 되는 것인지를 배웠지만 실제로는 상장과 점수가 걸려 있는 북한 상식퀴즈 대회 같은 것을 더 재미있어 했다. 두레별로 상의해서 대답하게 했기 때문에 온갖 지식을 다 동원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거기서 우승한 두레장에게 통일이 되면 통일열차를 몰 수 있는 기관사에 적극 추천하겠다는 자격증을 상으로 준 것도 재미있어 했다. 요즘 아이들은 보고서를 만드느라 바쁘다. 인터넷을 뒤져도 안 나오는 북한말 때문에 선생님들을 붙잡고 물어 쌓고 삼행시를 짓느라 깔깔댄다.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어 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겨레신문 2001년 5월 20일자 [더불어 생각하며])
도종환(시인) --------------
현재 충북 진천군 덕산중학교 교사/ 충북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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