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자료 전체 소설분과 아동문학분과 시분과 젊은작가포럼 특별기고 칼럼 조회 697 제목 [시분과] 가을날 나는 이름 조성범 가을날 나는 뒷산 약수터 팔각 정자에서 낮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여름의 잔해殘骸들이 끝도 없이 쌓이고 있습니다 먼 길 떠나려는 여름을 싸납게도 흔들어댑니다 잔인한 바람 목젖을 타고 넘어오는 울음을 살살 달래어 깨지 못할 잠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여름은 노랗게 질려 땅바닥으로 주저앉고 바람은 낮술 취해 뻘건 얼굴로 건들거리고 나는 낮 잠에 빠져든 팔다리가 저려져 옵니다 연골이 다 닳아빠져 뻐그덕 뻐그덕 거리는 검버섯마다 여름날 장맛비가 흘러내린 골 깊은데 볕 좋은 햇살에 치마끈 풀기만 한 것이 아닌데 저 배라먹을 바람은 먼 고약함으로 허리 굽은 여름 쥐 흔들고 있는 걸까요 노랗게 질려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여름이 왠지 무수한 숫자로 갖가지 기호로 헛것이 돼 보여 잡으려 내밀던 손 오그려 소리 내지 않고 슬며시 돌아눕습니다 잔인하게 나는 뻘겋게 달아오른 낮술이 금세 깨어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속에 꽁꽁 얼어버릴 것을 기다려 보려 합니다 아! 이 부끄러운 허탈감을 아시려는지.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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