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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포르투갈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가 세상을 떠났다. 다정한 사람 하나를 잃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경이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성 사라마구에도 사연이 있다. 그는 원래 소우자라는 집안의 성을 물려받아야 했다. 하지만 출생신고 때 누군가의 실수로 사라마구라는 성을 갖게 되었다. 사라마구란 그의 고향 사람들이 구황식물로 애용하던 십자화과의 풀을 일컫는다. 얼마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었기에 그런 성을 갖게 되었을까.
그는 흔히 하는 말로 대기만성이었다. 스물여섯에 첫 소설을 썼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에게는 무척 절망적인 상황이었을 테다. 용접공, 제철공, 막노동꾼으로 힘겹게 생계를 이어 온 청년에게는 더더욱. 그의 이력을 다 몰라도 짐작할 수 있다. 용접을 하다 불꽃에 덴 투박한 손으로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소설을 썼을 청년 사라마구를. 포르투갈 공산당에 입당하여 반독재 투쟁에 청장년기를 고스란히 바쳤던 그가 문학적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건 예순이 다 되어서였다. 이쯤이면 대기만성이 아니라 새로운 단어를 고안해내야 할 듯하다.
그의 고난은 끝나지 않아 인간 예수의 고뇌를 그린 소설로 자신의 조국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죽는 그날까지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영화제 전야제 따위나 쫓아다닐 때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앞에 섰다. 그는 누구보다 사랑했으나 이미 경직된 공산당과 결별하고 진정한 가치를 찾아 떠날 줄 아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자유롭고 강인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꿈꾸었던 눈 뜬 자들의 도시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그가 보여 준 덕분에 우리가 사는 도시가 눈 먼 자들의 도시라는 걸 안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가 눈을 감았으니 이제는 우리가 눈을 뜰 차례다.
<2010.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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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