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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문구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나는 막 등단한 신출내기 소설가였다. 그이의 작품을 즐겨 읽고 흠모하던 나로서는 퍽 쓸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문단 후배로서 얼굴 한 번 마주 대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는 게 그러했고 마음속 등대 하나를 잃은 것도 같아 그러했다. 그 몇 해 전에는 선생의 동인문학상 수상을 두고 말이 많았던지라 선생께서도 어떤 회한을 품은 채 돌아가셨을 듯해 더욱 그러했다. 속속들이 이해되는 삶이란 없다. 이런 앙상한 깨달음 때문이었을까. 영결식장이던 마로니에공원은 평소와 달리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미지의 도시처럼 휑뎅그렁하기 그지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선생의 유언, 그러니까 당신의 이름을 딴 문학상 같은 걸 만들지 말라는 말씀을 곱씹었다. 무엇을 기념해야 할지도 모른 채 기념비를 세우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안달을 부렸던가. 어쩌면 선생은 그런 풍조가 못마땅했으리라. 굳이 그런 내용을 유언으로 남겨야 할 만큼 바야흐로 기념비의 시대가 되었던 것이기도 할 테다.
그리고 다시 최근에 그와 비슷한 유언을 접했다. 다비식을 하지 말라는, 자신의 몸에서 사리를 찾지도 말라는 법정 스님을 말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대운하 공사는 진행 중이다. 공사가 끝나면 지울 수 없는 낙인이 되어 이곳에 새겨질 거다. 그러니까 하나의 거대한 기념비가 탄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명박이라는 한 개인의 기념비이지 대한민국 대통령, 곧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의 집단성을 지닌 기념비는 될 수 없다. 타인의 고통과 눈물에 무감하다면 그렇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 기념비를 세우는 일에 혈안이 된 자들은 이문구 선생과 법정 스님의 유언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돌이켜보아야 한다.
<2010. 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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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