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생이던 시절에도 고향에 가면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기차역에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아니 그저 길거리에서 나를 목격한, 그러나 나는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입과 입을 건너 내가 그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인상을 찌푸렸는지 환히 웃었는지 등등이 고스란히 우리 집까지 전해지기 때문이었다. 시골이란 그런 곳이다. 소문도 많고 뒷말도 많다. 한두 다리 건너면 죄다 일가친척이요, 알음알음이니 소문과 뒷말이 무성하게 피어날 천혜의 조건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골의 소문은 순진한 구석이 있다. 누군가 설령 악의를 지닌 채 날조하여 타인을 비방하더라도 진실은 금세 드러난다. 소문이 만들어지기 쉬운 만큼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금방 드러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드러난다. 그렇게 되면 소문을 날조했던 사람에게 어김없이 비난이 쏟아졌다. 시골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좀체 잊어버리지 않았다. 요즘처럼 인터넷은커녕 손전화조차 드물던 시골에서 외려 소문이 추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교류하는 정보의 양과는 무관하게 그러한 정보가 독점되느냐 아니냐에 소문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소문을 독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규모 공동체의 순기능은 바로 그런 지점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소문은 무성한데 그러한 소문의 진위를 판별하기는 무척 힘든 시대다. 역사적으로 볼 때 누군가가 대통령이라는 소문은 끈질겼지만 그가 독재자라는 소문은 아주 늦게야 우릴 찾아왔다. 우리 시대의 소문들은 끈질기고 힘이 세다. 지금도 이곳을 활보하는 소문들은 검질기다. 우리 삶의 형태가 소규모 공동체로 환원되지는 않을 테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 소문을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2010. 0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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