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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수상하다. 생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하는 사람들이 울부짖을 때는 귀를 막고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던 자가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눈물을 보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징조는 그렇게 찾아온다. 누군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할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일러주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보복, 전쟁과 같은 날선 표현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횡행한다. 마치 이곳에는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심장도 없는 사람들만 있다는 듯.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다.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조사단이 활동을 시작했으니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다. 한데 이상한 건 마치 조사단의 활동과는 무관하게 누군가는 이미 결론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그랬다. 일본의 중국 침략은 이른바 만주사변이라는 자작극 뒤에 이루어졌다. 미국도 그랬다. 베트남 전쟁의 이유였던 통킹만 사건, 즉 공해를 순찰하던 미국 구축함이 북베트남 어뢰정의 공격을 받은 사건도 미국의 자작극이었다. 일본과 미국의 공통점은 사건의 원인을 다 안다는 듯 굴었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 스스로가 원인 제공자였으니. 지금 돌출하는 주장들은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견해를 지녔더라도 그것은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다. 그것이 추측에 지나지 않는 한, 무엇을 추측하든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게 마치 진실인 듯 행세해도 된다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
마크트웨인은 필리핀을 침략한 자신의 조국 미국을 ‘전쟁을 기도하는 자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의 기도는 이런 식이었다. ‘오, 우리의 하나님, 저희가 저희의 포탄들로 저들의 병사들을 갈가리 찢어발겨 피를 흘리게끔 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우리 곁에도 그들처럼 기도하는 자들은 많다. 하지만 전쟁을 갈구하는 기도가 아닌 인간적인 기도를 해 줄 이들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으리라.
<2010.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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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