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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돋는 잎은 아름답습니다. 생명이라는 말의 구체적 형상이 저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나뭇잎도 아름답고 풀잎도 아름답습니다. 햇살과 바람이 좋아서 그런지 싱싱한 초록의 행렬은 거침이 없습니다. 산과 들에서 자라나는 잎들도 싱그럽고, 집안 베란다에서 자라는 관엽들도 싱싱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혼탁하고, 썩는 냄새가 나고, 하는 짓이 졸렬하기 짝이 없어 눈물과 탄식이 멈추질 않는데 연꽃의 맑고 청초함, 연잎의 푸르른 빛깔을 바라보면서 위안을 얻습니다. 땅에서 움 솟는 연한 상추잎을 보면서 낡은 것은 가고 새로운 것이 오리라는 믿음을 다시 가슴에 새깁니다. 이기철 시인은 움돋는 나무들은 사람을 황홀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흙 속에서 돋는 초록을 보면 경건해 진다고 합니다.
움 돋는 나무들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흙 속에서 초록이 돋아나는 걸 보면 경건해진다
삭은 처마 아래 내일 시집 갈 처녀가 신부의 꿈을 꾸고
녹슨 대문 안에 햇빛처럼 밝은 아이가 잠에서 깨어난다
사람의 이름과 함께 생애를 살고
풀잎의 이름으로 시를 쓴다
세상의 것 다 녹슬었다고 핍박하는 것 아직 이르다
어는 산 기슭에 샘물이 솟고
들판 가운데 풀꽃이 씨를 익힌다
절망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지레 절망을 노래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꽃잎 하나씩은 지니고 산다
근심이 비단이 되는 하루, 상처가 보석이 되는 한 해를
노래할 수 있다면
햇살의 은실 풀어 내 아는 사람들에게
금박 입혀 보내고 싶다
내 열 줄 시가 아니면 무슨 말로
손수건만한 생애가 소중함을 노래하리
초록에서 숨쉬고 순금의 햇빛에서 일하는
생의 향기를 흰 종이 위에 조심히 쓰며.
---이기철 '생의 노래' 전문
사람이 하는 일들을 보면서,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하는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세상의 것 다 녹슬었다고 핍박하는 것 아직 이르다" 는 시인의 말을 믿기로 합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믿고, 선한 마음의 바탕을 따르기로 합니다. "근심이 비단이 되는 하루, 상처가 보석이 되는 한 해" 그런 날이 오리라는 믿음을 갖기로 합니다. 손수건만한 생애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아름다운 몇 줄의 시를 쓰기로 합니다. "초록에서 숨 쉬고 순금의 햇빛에서 일하"며 경이로운 눈으로 초록을 바라보기로 합니다. 사람을 믿고 사람과 손을 잡고 풀잎의 이름으로 시를 쓰기로 합니다.
<2009.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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