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박수연의 두 번째 시 비평집[말할수 없는 것과 말해야만 하는 것]
(랜덤하우스중앙, 2006년 8월 15일)
평론가 박수연이 <문학집>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시 비평집. 전작보다 깊고 폭넓어진 시적 관심과 유연한 문체를 엿볼 수 있다. 1부에는 여러 문예지에 발표했던 주제 평론 여섯 편을 모았다. 2부에서는 김진경, 이강산, 이태관, 윤임수 시인을 조명하고, 3부에서는 송재학, 김수우, 박진성, 윤성학 시인의 시세계를 논했다.
 | |
박수연
1962년 충남 논산 출생. 1998년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평론가로 등단했다. 2006년 현재 계간지 「실천문학」의 편집위원, KAIST 대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문학들>등이 있다.
|
::책 속에서
한국의 서정시는 현재 너무 많은 고독에 실려 있을지 모르겠다. 실로 시란 고독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고독의 힘에 도달한 시는 많지 않다고 여겨진다. 지나치게 순하거나 지나치게 소통 불능이기 때문에 시의 기운이 막혀버린 것은 아닐까?
시는 언제나 전미래시제로만 읽힐 수밖에 없다. 시의 논리는 언어 구성체가 탄생하고 난 다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시인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는가 하는 문제는 그러므로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시에는 어떤 결락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바로 이것을 뜻할 것이다. 이 힘의 구성 방식이 산문적 서사와는 다를 것임이 분명하지만, 시의 이미지들은 그 스스로 광범위한 파노라마를 이룬다. 이 속에서 자기 자신마저 부정하는 결락을 끌어안는 것이야말로 시에 힘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한국의 서정시는 그 부정성의 자기 계기적 세계에 얼마만큼 발을 딛고 있을까?
-본문 69쪽, '시가 살아가는 방식' 중에서
::추천글
강력하게 응축된 힘을 내장한 시 한 편이 빅뱅을 일으킨다면, 우리의 의식은 그 확산의 속도와 범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선뜻 대답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편의 시가 스스로 빅뱅을 일으킬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까. 그러나 이 터무니없는 질문은 박수연의 의식을 통과한 시적 에너지의 편광들이 나의 시선이 가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뻗어가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박수연의 비평의식은 시적 감각의 섬모들을 압착하거나 손상하지 않은 채 그 정서와 의미 작용을 끝까지 추적해간다. 그는 개별적인 시적 주체의 감각에서 유동적?부정적 특성으로서의 새로움을 분석해내고, 거기에 맞닿아 있는 낱말들이 하나의 언어 구성체로 진화해가는 원리와 그 시가 불러일으킬 사회적 의미와 파장까지 자신의 비평적 사유 속에 폭넓게 끌어안는다. 그는 비인간의 경지에서 피어나는 감각에도 이념이 투사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시적 감각들 배후에서 작동하고 있는 보편적 원리를 발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런 까닭에 그의 비평들은 해석의 상대성과 주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론적 지평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은 흔적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요즈음 박수연은 우리 시단에서 움트고 있는 '젊은 시'들의 존재 방식과 의미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에워싸고 있는 모종의 악순환과 그 고리를 끊어내고 새롭게 전진할 수 있는 계기를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 시들에서 자주 나타나는 내면으로의 회귀 현상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끝없이 살아야만 하는데, 그것은 내부로 들어가는 자기 소멸의 길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를 향해서 끝없이 주체를 변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황광수 (문학평론가)
::차례
서문
1. 시라는 이름
2. 깊이와 넓이
3. 이전과 이후머리말 말의 운명
제1부 시라는 이름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해야만 하는 것
자기, 自記, 自棄, 自己의 구체
시가 살아가는 방식
감각의 이념
시간의 고임과 흐름
외부를 지향하는 시
제2부 깊이와 넓이
복수적 시간의 하강과 상승 - 김진경의 최근 시세계
기억의 현재 - 이강산론
붉은 기억의 전환에 대하여 - 이태관론
수평적 원리의 삶 - 윤임수론
제3부 이전과 이후
감각의 흐름, 이후 - 송재학론
넓게 퍼지는 사물들의 시간 - 김수우론
부재하는 기원과 시의 형식 - 박진성론
시가 솟아오르는 순간 - 윤성학론
회원새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