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의 세 번째 소설집 [수상한 이웃]
(문이당, 2006년 12월 11일)
중년 여성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온 작가 김혜정의 세 번째 소설집. 인간과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기괴하고 섬뜩하게 그려낸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렸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는 표제작 '수상한 이웃'은 비정한 세태 속에 놓인 익명의 인간들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소설집 <수상한 이웃>의 등장인물들은 변두리 위성 도시에서 을씨년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 같아 보이나, 그들은 막상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열지 않는다. 작가는 삶의 위기 국면에서 그러한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환시 또는 환청을 이야기의 단초나 결말 부분에 배치한다.
김혜정
1962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비디오가게 남자'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5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달의 문>으로 제15회 서라벌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달의 문>, 소설집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 까닭은>, <바람의 집>, <수상한 이웃>이 있다.
::책 속에서
이 사흘 동안 내가 한 일이란 고작 고단한 몸 뉘일 곳과 먹을 것을 찾아 어슬렁거린 것뿐이었다. 따뜻한 밥통 위에 올라앉았을 때의 포근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달라붙는 한기와 허기만이라도 털어 낼 수 있다면.
오늘만 해도 후벼 놓은 쓰레기 봉지가 여남은 개는 되었다. 쥐가 득실거리던 시절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요즘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게 쓸쓸했다. 하긴 그것도 잠시일 뿐, 기운이 없는 터라 문득문득 누군가의 발부리에 걷어채지나 않을까 하는 망상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 '낭만 고양이' 중에서
::추천글
소설 책 펴들기가 주저되거나 겁난다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소설에서 위안은커녕 되레 스트레스를 받아서란다. 더러는 백주대로에서 치한에게 옷자락을 붙잡히거나 또는 어두운 밤길에서 불한당과 맞닥뜨렸을 때 같은, 불쾌하고 당혹스러운 기분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요즘 소설에서 '독자 모독' 혹은 '인간 모독'을 흔하게 대하면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혜정의 소설은 안심해도 좋다. 그의 작품 세계는 늘 밝고 따뜻하다. ... 전통 소설 미학에 충실한 그의 소설은 분명한 서사, 투명한 언어와 더불어, 인간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단연 돋보인다. 사회적 약자를 그리되 이념의 잣대를 배제한, 이들 인물에 대한 순연하고도 깊은 인간적 연민이 마침내 화해와 긍정의 힘으로 읽는 이를 감동시키고 만다. - 이동하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생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현실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변두리 인물 군상들의 삶을 포착해 냄에 있어, 김혜정은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과는 구별되는 또 하나의 인간 이해의 폭을 내보인다. 그것은 어떤 삶의 위기 국면에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종의 환시(幻視)와 같은 것이다. - 김경수 (문학평론가, 서강대 국문과 교수)
::차례
작가의 말
수상한 이웃
오리, 날다
낭만 고양이
등에
아내의 신부
석구
서울 야곡
방 씨의 하루
물 속에서 걷다
해설 - 변두리 삶에 대한 소설적 증언 /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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