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전체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북한문학 은수저 조회 3441 제목 [시] 모하메드 아부 하쉬하쉬/ 사과 외 4편 이름 관리자 사과 외 4편 --모하메드 아부 하쉬하쉬 사과 깜빡 잊고 마저 먹지 않은 반쪽의 사과 떠올리고 현관에서 되돌아 왔네 이빨 자국 선연히 남은 사과, 끝내지 못한 채 죽을까 두려웠네. 우리 어머니 흐느낌 그치려 하지 않았네 “그 애는 사과도 다 먹지 않았다오” 그녀 손에 남은 썩은 반쪽 사과, 통곡하는 여인들에게 보였네. 나는 사과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현관문 다시 닫고는 산산히 부서진 내 일들 뒤로 했네 여기 저기 내 시들 미완으로 남겼네. 첫 번째 창문 나는 화염 속에 기어올랐다 성벽은 무너지지 않았고 시간이 시작한 이래 도회를 에두를 만큼 길고 긴 성벽이었다 성벽 속에서 나는 보잘 것 없는 하나의 돌 사람들과 새들이 응시하고 바람 탄 불길이 채워주는 타서는 사라질 타올라 허공이 될 하나의 돌 성벽은 결코 무너지지 않으나 나는 하나의 창문이 되었다 호기심 찬 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새로운 구멍이 되었다. 나르시서스 그대는 그대 자신의 상처 그대의 형상으로부터 멀리 물러서라 죽음에 노출되었으니, 모두들 죽음에 귀 솔깃해 있으니 눈물 주머니 찔러 드는 물의 단검 거두어라 그대의 그림자 뒤로 한 두 걸음 물러서라 유혹이 사라지리라 두고 온 집 내팽개치지 말라 그대 어머니 창문에 기대어 그대 탓에 애 태우리니 손에 손 잡고 우리 함께 귀향하지 않으면 누가 그녀에게 그대의 생존 확신시킬 수 있나 그녀는 우리 중 누군가 전사했다 굳게 믿을 터 그녀의 시선 죽음에 예민하게 열려 있으니 제발 친구여, 그대의 살해로부터 내 손길 면제시켜 다오. 그녀는 여자가 아니며 이것은 시가 아니다 나의 불확실성이 나의 유일한 확실성이니 그대가 진실로 나와 함께 했는지도 의심스럽네 그대는 당혹스럽기에 지친 그대는 깎아지른 절벽 그대는 묘지와도 같아 그대의 눈길 속에서 내 주검 보네 그대 웃음 지며 방문할 때 나 너털 웃음 웃네 우리는 서로 낯선 이들이기에 어떤 낯선 노상강도에게 죽임 당할 수 있거나, 칼질 주고 받고 쓰러질 수 있네, 서로 서로 상대의 심장 속에 단검 깊이 꽂고 포옹한 채 그대는 결코 도달하지 않는 파도이기에 오르락 내리락 밀려왔다 밀려가고 잠잠하다 포효하나 결코 도달하지 않기에 그대는 내 머리 어지럽게 할 뿐 그대는 정지한 것이 여행하는 것과도 같은 사막 다른 모든 것들이 매 한가지 그대는 광활한 사막이기에 구름들 지나가나 아무 의미 남기지 않고 겨냥 없이 인사만 하니 그대가 얻는 것 모래폭풍과 메마름 우리들 사이의 사연은 그대를 사랑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나 그대 속에 있는 것은 나를 적으로 만들 것 오, 데스데모나여! 절벽은 깊숙하니, 내게로 뛰어드는 일 조심하라 어느 장미를 원하는가 내가 한때 사랑했던 향기 일깨우지 못하는 그 장미인가? 어느 땅을 사랑하는가 내가 한때 알았던 이의 묘지 일깨우지 못하는 그 땅인가? 사랑의 알파에는 은유가 현실을 압도하는 법 기다림이 만남을 압도하는 법 사랑의 오메가에서는 우리 이별하는 법 한 시간만 더 머물러다오, 그대의 항구에서 나의 기다림을 한 시간만 연장케 해 다오! 그대의 종점에서 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으나 나는 기다림을 갈망하였기에 그대는 내게 고통스런 욕망의 미로가 되었네. 향수 노크 한 후 그들은 급히 들어왔다 외투를 벗어 던지고 사방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마치 그들의 잊힌 이름이라도 새겨진 듯이 천정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문 위의 긁힌 자국 더듬어 보고 벽 위의 유치한 그림 살펴보았다 찬장과 뚜껑 닫힌 나무상자 열어보고 자신들의 오래된 옷가지들 끄집어냈다 흙으로 더럽혀지고 풀물과 유희의 시간으로 얼룩진 옷들 냄새 맡아보았다 마치 죽은 새끼 살려내려는 어미고양이처럼 그들이 상자 닫았을 때 눈물 몇 방울 함께 갇혔다 그들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갔다 피곤으로 데워진 외투 잊고 간 것은 망각 탓만은 아니리라. 모하메드 아부 하쉬하쉬 (Mahmoud M A Abu Hashhash) 1971년 팔레스타인 알 파와르 출생. 비르제이트 대학에서 영문학 전공 후 영국으로 유학, 런던의 시티대학에서 예술비평과 예술경영학 석사 학위 취득. 현재 팔레스타인 라말라에 있는 카탄재단에서 문화 및 과학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며,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집으로 [유리의 고통]이 있으며, 장편소설 [헤브르]가 있다.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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