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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2
-닭
박인섭
어머니,
기차로 가실라요
아 그라제
뭣땜시 내 땅 놔두고 돌아가것냐
장단,사리원,개성
아가 꼬옥 느그 성이랑 누이 이름 같으쟈
어머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하시요
살갑기사
살갑제
한 하늘
한 별
한 눈비 맞고 사니께
웬수네 뭐네 해도 안그렇냐
길은 강 같은 것이란다
그것들 난리통에 이 땅 쓰다듬고 꿈틀거리며
안 살아남았냐
너 어릴 적 낙하산 양말이나
타이어 고무신을 엄청 질기다혔는디
거기 비기것냐
촌사람들 하는 말로 길은
꺽꺽 이김질하는 막행이어야
길은 생길 때 이미 사람 맘 다
읽어불고 생긴다 안하든
요샌 가끔
도라산 전망댄지 뭐시깽인지
달려갈 것처럼 종그고 있는
녹슨 열차 보고 온다
길 열리면
물짠 것이지만 기름 몇 병 짜고
고등어 몇 손 간해서 담고
저 싸나운 장닭
보자기 허술하게 싸갈란다
경의선 올라
사리원,장단,개성
역마당 내려서면
일부러 촌 할망구처럼 짐 내리고
어쩌고 하다
닭 보자기 확 풀어버릴란다
그러다 큰 일 날려구요
뭔 일 잇것냐
볼 만할 것이다
요새 김성년가 최주봉인가 나오는
마당극 있쟈
닭이 솟구쳐
푸다닥,꼬꼬댁 날고
달리다 넘어져서 웃고 꽁지털 한 줌 쥐고
서서 웃고
-으째사 쓰꼬잉
오메, 내 닭
아자씨, 어째서 그케 멀뚱허게
쳐다만 보고 있오잉
싸게싸게 잡제
-이 에미나이 동무 어케 닭을 간수 했길래
온통 휘젓고 헝크러져부렀는데
무슨 질서고 침묵이것냐
유쾌한 소란
실컷 한마당 벌일란다 호랭이도 씹다
내뿌러븐 침묵
작신 밟아 몰캉하게 해 놀란다
닭 잡는데 역무원이 뭣이고
지도원이 무슨 소용 있것냐
겨울잠에 굳어진 입
마알간 웃음 되돌리는데
닭몰이만한 것 있다냐 안 그러냐
어머니는 촌 할매가 못하는 생각이 없으시요잉
아가,
나 경의선 타러갈 때
몸베입고 갈란다
그래도 흉 안잡히것쟈?
박인섭 전남 진도 출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산동네 백일홍]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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