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전체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북한문학 은수저 조회 4056 제목 [시] 이 안/ 꿈을 적다 이름 관리자 꿈을 적다 이 안 꿈에서 나는 언제나 고향에 살았다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표준어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머이' '아부지' '성(형)'을 버렸다 순하디 순한 '그랬어유'와 '야(예)'를 버렸다 오가 언년이 흥기 주덕이 용각이 형을 버렸다 고등학교까지 교과서에 충실함으로써 고향과 관련한 모든 것을 스무 살 전에 버릴 수 있었다 나는 사람이었고 사람은 나서 서울로 가는 거였으므로 그 뒤 아버지 어머니도 가산을 정리해 상경하시고 젊은 아버지의 손수 지으신 고향집도 팔리고 헐렸다 그때부터 꿈에서 나는 언제나 고향에 살았다 아버지 어머니도 아니 계시고 들어가 살 집 한 칸 아니 남은 고향에서 아버지 어머니 대신 농사를 지으며 버리고 떠나온 고향을 뼈 빠지게 살았다 간혹 서울로 간 형과 누이, 아버지 어머니가 다니러 왔다간 돌아가신 날이면 나는 고향 집터처럼 외롭게 깨어났다 간밤엔 큰불이 나서 오가네와 흥기네와 주덕이네가 모두 잿더미로 주저앉았는데, 며칠 전 꿈에 오가네 두꺼비집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그예 큰일이 난 모양이었다 이 안 충북 제천 출생. 199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목마른 우물의 날들]이 있다.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아부지 2006.01.26 12:39 am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가 하객들앞에서 뽀뽀를 하고 안고 하니 박수를 치더라 그들은 아부지를 아빠라 부르며 커온 아이들이었다 아부지라고 불리던 할배들은 허물벋은 나방의 눈처럼 그냥 바라 볼 뿐이었다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귀부인 2006.01.14 10:59 am  제정신이 아니었네요. 그 순간은........ 사과드립니다.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차차 2005.12.23 3:16 pm  시가 따로 없네요. 아부지의 사랑과 위엄이 보입니다. 참 좋습니다.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권석창 2005.12.19 10:29 am  제천에서 죽령재를 넘으면 영주입니다. 저는 영주에 살고 있는데 아빠가 아닌 아부지가 되고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나를 아부지라고 부르도록 가르쳤습니다. 무척 힘들었습니다. 아빠와 호응하는 말은 낮춤말이고 아부지와 호응하는 말은 높임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로부터 높임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과 같이 가까운 소수서원에 갔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관광버스가 도착했습니다. 나의 귀여운 아이가 "아부지이-" 하고 불렀습니다. 그때 관관 버스에서 내린 한 귀부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얘, 시골 아이들은 아직도 아부지라 한다!" 그 저팔개 동생 같은 귀부인은 내가 아부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를,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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