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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기사의 횃불
-남북 민족작가대회에 부쳐
이기형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진한 피눈물의 갈라짐
으하! 통한의 예순 해
저 패수 한수는 물이 아니요
눈물입니다
백두산 박달나무와 한라산 구상나무와
부릉부릉 저 소리는
바람소리가 아니요
분단 통곡소리입니다
엄청 늦었지만
자주와 외세의 우여곡절을 뚫고
오늘 드디어 만났군요
반갑습니다
기쁩니다
감격의 소용돌이
얼싸 안고 춤춥니다
왕산악의 거문고 뜯는 소리가 들립니다
박연의 옥저 부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남북 문학인의 만남은
우리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날
남쪽 문인들은
1989년 봄
남북작가회의에 참석코자
판문점을 향해 달리다가, 여우고개에서
전원이 철창으로 끌려간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습니다
문학은 인간 정신의 아스라한 최고봉
만인 만상의 끌끌한 선도자인저
헛것을 붙잡고 삶을 천박하게 탕진할 겨를이 없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힘차게 굴려야 합니다
현하, 우리 겨레에게
통일만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무엇이 통일에 도움이 되는가 걸림돌이 되는가
무엇이 통일에 암인가
눈에 불을 켜들고 찾아야지요
주저하지 말고 필봉을 가다듬을 긴박한 때입니다
‘백두산은 마도진이요 두만강수는 음마무라’는
민족기개를 되살려
정신기사의 횃불을 밝혀야 합니다
오늘 뜨겁게 만났습니다
저기 천지와 백록담에 동천 햇살이 비추입니다
칠천만의 함성과 깃발이 요란하군요
굳게 손잡고 6·15공동선언 실천으로 문학의 백두대간을 이룩해 냅시다
우리 문학의 할 일은 태산이거니
절정의 노래를 맹세합시다
이기형
1917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나 12세 때 야학을 통해 반일 독립운동에 눈을 떴다. 그리고 1933년에는 작가 한설야, 독립운동가 여운형, 시인 임화, 작가 이기영 등을 만나 조선독립과 문학의 역할에 대해 모색한다.
1938년에는 함흥고보를 졸업하고 1942년에는 일본 도쿄 '일본대학' 예술부 창작과를 2년 수학한다. 1943년부터 1947년까지 '지하 협동단 사건' '학병거부사건' 등 지하 항일투쟁 관련 혐의로 수차례 피검되어 1년여 동안 복역한다.
1945년부터 1947년까지 <동신일보>와 <중외신보> 정치부와 사회부 기자를 역임하고,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정 요인들과 이승만, 박헌영, 김삼룡, 이주하 등을 만난다. 1947년 몽양 여운형 선생의 서거 후 33년 동안 공적인 사회활동을 일체 중지하고 서울 뒷골목에서 칩거생활을 한다.
그 뒤 1980년에 시인 신경림, 문학평론가 백낙청, 시인 이시영 등을 만나면서 분단 조국 하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꿔 다시 시작활동을 시작한다.
시집으로는 <망향> <설제> <지리산> <꽃섬> <삼천리 통일공화국> <별꿈> <山河丹心>을 펴냈으며 전기로는 <몽양 여운형> <도산 안창호> 등을 펴냈다. 기행문으로 <시인의 고향>이 있으며, 통일명시 100선 감상집 <그날의 아름다운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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