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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결코 잠들지 마라, 평화의 그날이 올때까지
- 故 김선일씨 영전에
신 지 원
아, 무슨말을 할수 있으랴
처음 그대의 모습을 화면에서 보고
도저히 믿기지 않아 경악했다는 말도
울부짖으며 절규하는 그대를 보며
온겨레 사천만이 울었다는 말도
지금도 그대의 이름을 들으면
가슴이 와들와들 떨려온다는 말도
이젠 그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을
한반도끝 가난한 한 청년이
모래바람부는 사막에 심고 싶었던
애틋한 꿈도 한줄기 바람이 되어 날아간 것을
한많은 그대 영혼 무엇으로 달랠수 있으랴
눈물과 통곡으로 한반도가 젖는다 하더라도
그대의 꽃다운 피로 더럽힌 손
어찌 씻어낼수 있으랴
그대, 용서하지 마라
끝내 그대가 내민 손 잡아주지 못한 조국을
그대의 마지막 애타는 절규 앞에서도
열리지 않았던 조국의 차거운 문
그대 죽음의 순간 목을 향한 칼날보다
더 싸늘했던 조국의 외면을
그대가 끝까지 믿고 사랑했던 조국
죽음의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조국
그러나 그대 울부짖으며 보았을 것이다
초라한 조국의 모습
그대의 목숨이 달린 절박한 순간에도
미국의 눈치를 먼저 보아야 하고
그대 참혹하게 숨져가는 순간에도
침략자의 칭찬 한마디에 안도의 숨을 쉬는
무능하고 비굴한 조국의 모습
아무 것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 슬프게 슬프게 보았을 것이다
순결한 이라크의 땅을 유린하고
티그리스 푸른강을 죽음과 피로 물들인
더러운 침략자의 총구가
마침내 우리 가슴을 향해도
한마디 항변조차 못하고
파병불변 만을 앵무새처럼 외쳤던
못나고 못난 조국
그것이 우리들 조국의 모습인 것을
가엾은 영혼이여!
그대 여린 몸으로
이땅의 죄를 대신 짊어졌구나
처참하게 짓밟힌 이라크 민중들의 분노가
한반도로 밀려와도 아픔을 달래줄 생각보다는
그들의 분노와 증오를 한푼 돈으로 사려했던
그들의 고통어린 호소를 냉소로 묵살했던
못나고 어리석은 조국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갔구나
이역만리 머나먼 땅에서
한송이 꽃도 없이 한줄기 눈물도 없이
외로운 넋 모래바람 속에 지고 말았구나
이제 먼길을 돌아
그대의 갈기갈기 찢긴 육신은 돌아오건만
그렇게도 오고 싶던 땅
그렇게도 보고싶던 늙으신 애비, 에미의 땅
사랑하는 형제와 친구들의 땅이건만
그대 이름을 부르며 가슴을 쥐어뜯는
저들을 안아줄 그대는 말이 없고
그대의 환한 미소는 영영 볼수 없는데
그대의 마지막 절규에
대답해 줄 사람 하나 없는 나라
참으로 부끄럽구나, 고개들기 두렵구나
오늘은 비록 초라한 빈손과
눈물로써 그대를 보내지만
그러나 그대 붉은피 흘러내린 곳
우리들의 뜨거운 눈물이 적신 곳
그곳에 평화의 싹은 피어나리
살육과 파괴와 고통와 치욕의 땅을 뚫고
평화와 자유의 싹은 피어나리
한사람 한사람의 눈물이 모여
한사람 한사람의 소망이 모여
평화를 사랑하고 분노할 줄아는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이 모여
마침내 이땅에 평화가 오는 날
아랍민중이 다시 웃는 날
그대여 다시 오라
전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깨걸고 웃는 그날,
모든 억울하게 스러진 영혼들과 함께 오라
그대 잘가라,
그러나 결코 잠들지 마라!
평화의 그날이 올때까지
그대 하늘에서도 평화의 수호신이 되어
힘없고 슬픈 조국을 지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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