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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이름으로 사람의 길을 묻노니
조진태
창공을 가르고 언어 하나가 가슴에 박힌다 ; 살려달라
명멸하는 풍경들 속에서
꽃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꽃이 피었던가 그곳에
나뒹구는 육신들 달려들어
내 팔과 다리를 물어뜯고
잘 차린 식탁위로
희부연 먼지 속을 흐르는 검붉은 핏방울처럼
허기진 입 속에 소녀의 두 눈망울이
시디신 포도 알로 피어났다
다시 까무룩 기억한다 ; 하늘을 나는 새가 있었던가
푸른 6월의 햇살을 뚫고 쏟아지는 괴기스런 톱질 아래
신록으로 몸 부딪는 저 전율의 노래 소리를
사람들은 모두 듣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망각의 이름으로 만찬을 즐기라
이 풍요에 겨운 시간을 주재하는 인간들이여
대지에 새겨진 언어와 꽃과 노래의 기억은
단지 살아있는 시간만이 간직할 따름이니
저주받은 이성으로 자신의 귀를 열어
스스로를 참수하고서야
인간의 시간을 노래로 들을 수 있나니
오오, 어찌할 것인가 멋진 현실주의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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