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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거부한다 외 1편
신 현 수
새해를 거부한다
2003년 1월 1일을거부한다
꽃다운 우리 딸을 둘이나
장갑차로 치어 죽인
미국에 항의하기 위해
수십, 수백만이 전국 방방곡곡에 모여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살인 미군처벌, 부시 사과를 외쳤으나
15톤 장갑차로 여중생을 깔아뭉갠 미군들은
무죄평결 후 자기들 고향으로 유유히 돌아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고,
궁극적 책임자 부시는
단 한 마디 공개 사과의 말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헐값을 받고
미국 GM에 팔아먹은 대우자동차
거기서 쫓겨난 1750명의 노동자들은
아직도 거리를 헤매며
공장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지켜주기 위해 와 있다는 미군을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 속
미군기지 담장 밑 한데서 밤을 꼬박 새우며
거꾸로 우리 전경, 우리 아들들이 지켜주고 있다
의정부 미 2사단과 부평 미군기지에 들어가
미국에 정당한 항의를 했던 청년 학생들은
우리나라 경찰들에 의해 끌려가
부평 미군기지의 미군들은 그 때
아무 일 없다는 듯 야구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감옥에 갇히고
지금 차가운 감옥에서 한겨울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맥아더는 자유공원 꼭대기에서
점령군처럼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고
자신들의 허락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남과 북이 서로 다가설 수 없다고
미군은 비무장지대에서 총을 들고
길을 막아서고 있다.
짐승만도 못한 죽음을 당한 효순이 미선이의 한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새해를 거부한다
2003년 1월 1일을 거부한다
대우자동차의 해고노동자들이
모두 일터로 돌아올 때까지
맥아더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치워질 때까지
더 이상 우리나라 경찰이 미국 군인을 밤새워 지켜주는
웃기는 일이 없어질 때까지
미군의 훼방 없이
금강산 신의주 가는 길이 뻥뻥 뚫릴 때까지
미국에 항의하던 청년들이 감옥에서 나올 때까지
SOFA가 개정될 때까지
우리의 자주권을 회복할 때까지
살인 미군을 다시 불러들여 우리 법정에서 처벌할 때까지
효순이 미선이 한이 풀릴 때까지
시청 앞에서 광화문에서
부평역에서 문화의 거리에서
한화마트에서 롯데백화점에서
부평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우리 높이 치켜들었던 수십 수백의 촛불에 대한
대답이 있을 때까지
2003년 1월 1일을 거부한다
새해를 거부한다
대 ~ 한민국
백주 대낮에
그냥 길을 걸어가다가
남의 나라 장갑차에 깔려 죽는 나라,
대~ 한민국.
앞서거니 뒤서거니
친구 생일잔치 가던 우리 딸 효순이, 미선이
둘이 한꺼번에
미국 놈 장갑차에 깔려
두개골이 부서지고
내장이 터져서 죽는 나라,
대~ 한민국.
나, 초등학교 졸업장밖에 없어요,
내가 딸의 영전에 향을 피워야 합니까, 꽃을 바쳐야 합니까,
절규하는 아버지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나라,
대~ 한민국.
그러고도 아무 잘못 없다고,
사고를 낸 미군은
영내에서 정상적으로 잘 생활하고 있다고,
방송에 나와 떠들어대도 아무렇지도 않은 나라,
대~ 한민국.
우리나라 안에서
남의 나라 놈이
취재 중인 우리나라 기자를
쇠사슬로 꽁꽁 묶고
온몸을 군화발로 짓밟아도 되는 나라,
대~ 한민국.
우리나라 안에서
다른 나라 놈이 쏜 물대포에
우리나라 사람이 맞아 쓰러지는 나라,
대~ 한민국.
그런데 그놈들에게
거꾸로 표창장을 주는 미친 나라,
대~ 한민국.
태어난 게 너무 재수 없는 나라,
대~ 한민국.
나라도 아닌 나라,
대~ 한민국
아 XX ,
신현수1958년 충북 청원 출생. 시집《서산가는 길》《처음처럼》《이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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