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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미국인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표 성 배
눈은 내린다
광화문 네거리에도 매향리에도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56번 지방도에도
눈 내려 온 세상 하얗게 변해도
손에 손에 촛불은
들불처럼 꺼질 줄 모른다
눈은 내린다
끊이지 않는 함성과 비탄의 눈물
삭힐 수 없는 분노 위에도
효순이 미선이 웃는 얼굴에도
자식 잃은 부모 까맣게 탄 가슴속에도
눈은 내리고 내려 쌓인다
눈은 내린다
내리고 내려 쌓이고 쌓여도
숨길 수 없는 만행의 바퀴자국 앞에
유치원 꼬마에서 백발 늙은이마저
눈시울 붉히며
한 겨울 거리에서 촛불을 든다
이 땅에서 물러가라
우리는
모든 미국인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오만함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들과 평등하게 SOFA를 개정하자는 것이다
죄를 지은 그들을
우리법정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저질러진 만행에 대해
그들의 대통령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자 함이다
진정으로 사과하라
눈은 내리고 내려도
눈은 쌓이고 쌓여도
우리네 가슴속에는
숨길 수 없는 흔적이 있다
지울 수 없는 아픔이 있다
표성배1966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4살 겨울부터 공장에 나갔다. 1995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수상. 시집《아침 햇살이 그립다》 현재 경남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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