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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의 바람되어 고향에 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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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일보 2004-10-18 00:12] |
-철원출신 월북소설가 상허 이태준 문학제 열려
“내 고향은 철원도 아니요, 배기니도 아니요, 서울도 아니다. / 부산부두에 발을 올려 딛는 때부터 내 고향이다”
상허 이태준문학비 후면에 새겨진 단편소설 `고향에서' 중 한 귀절이다.
일본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한반도가 고향이라고 했던 월북 소설가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1904-?)은 바람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난 16일 철원평야를 가르지르는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상허 이태준문학제가 대마리 마을회관 `두루미평화관' 마당에서 열렸다.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상허 이태준 탄생 100주년기념사업회(회장:민영·시인)가 주관해 전국에서 400여명한 이날 문학제에서는 문학비와 동상 제막도 함께 가졌다.
이날 1부 행사로 가진 문학비와 동상 제막식에서 이번 행사를 주관한 철원출신 민영시인은 “철원은 상허선생이 태어나고 성장한 곳”이라고 소개하고 “탄생 100주년을 맞아 휴전선이 지척인 분단의 현장에서 남북 모두로부터 배척받았던 상허선생의 문학비를 세우게돼 는 것은 통일의 꽃을 피우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밝혔다.
속초출신 염무웅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은 “일제 분단 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속에 희생된 이태준선생의 문학을 문학적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1988년 해금돼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상허선생과 함께 철원땅은 분단을 넘어 통일을 위한 만남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축사를 했다.
이태준선생의 조카인 김명렬 서울대영문과교수는 “불행한 삶을 살았던 외숙의 영혼이 오늘 이곳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소개하고 “구천을 헤맸던 불행한 고혼을 달래준 문학인들과 지역주민들게 진정으로 감사드린다”고 유족대표 인사말을 했다.
문학비와 동상제막에 오우열 시인이 직접 이태준선생의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굿을 펼쳤으며, 이태준의 문학세계 소개와 추모시 낭송 등의 문학제를 펼쳤다. 또 오후6시에는 한탄강에서 일제시대와 6·25때 한(恨)을 품고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는 유등 뛰우기 행사를 펼쳤다.
이날 행사에는 신경림 황명걸 조용미시인, 문학평론가 구중서씨 등도 참여했으며 소설가 전상국교수 고경희시인 오필레철원에총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행사에 맞춰 강원민예총문학위원회와 강원대재직강원대동문회는 90여명이 참여한 철원문학기행을 여가졌다. 문학비제막식에 참석하고 노동당사 월정리역 궁예성터 등 철원지역 유적을 둘러본 행사에는 하서현전총장 최면 유인순교수 성희직강원민예총회장 등이 동행했다.
상허선생은 상허는 1925년 단편 `오몽녀'로 등단해 1933년 박태원 이효석 등과 `구인회'를 조직 문학활동을 했다. `달밤' `가마귀' `복덕방' 등 6·25전쟁 월북전까지 30여년에 걸쳐 단편 60여편과 중·장편 18편 등 주옥같은 작품을 발표해 한국근대문학의 완성자로 평가받고 있으나 월북작가라는 멍에로 고향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북한에서 문학예술총연맹 부위원장을 지냈고 `농토' `고향길' 등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던 그는 1955년 숙청돼 함남 로동신문사 교정원으로 좌천됐고 1969년 무렵 강원도 장동탄광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나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탄생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회 등이 문인비를 건립하고자 장소를 물색했 왔으나 일부 지역민들의 건립반대에 철원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실정이었고 대마리 주민들이 마을에 문학비를 세우겠다고 나서 이날 행사를 가졌다.
<龍鎬先기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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