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고향 철원서 ‘이태준 문학제’ 열려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일컬어지는 상허 이태준(1904~?)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문학비와 흉상이 그의 고향인 강원도 철원에 세워졌다.
지난 16일 오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두루미평화관 앞마당에서는 ‘상허 이태준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회장 민영)가 주관하고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최하는 ‘이태준 문학제’가 열렸다. 시인 신경림 김준태 이동순씨와 소설가 전상국 최인석 김종광씨, 문학평론가 구중서 염무웅 김재용씨를 비롯한 문인과 일반인 등 200여 명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월북한 이후 남과 북 양쪽 모두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 상허의 문학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의 원혼을 달래는 강연과 진혼굿 등이 마련됐다.
중편 〈해방전후〉와 단편 〈농군〉 〈달밤〉 등의 소설과 산문집 〈무서록〉, 그리고 〈문장강화〉 등으로 유명한 이태준은 1904년 11월4일 철원군 묘장면 산명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광수와 김동인을 거치며 싹이 튼 한국 근대 단편소설 양식을 완성한 작가로 평가된다. 당시 그의 문학적 위치는 ‘시에는 정지용, 소설에는 이태준’이라는 평판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1930년대에 박태원, 이상 등과 함께 구인회 활동을 하고 잡지 〈문장〉을 창간하는 등 ‘순수문학’에 전념했던 그는 해방과 함께 문학가동맹 부위원장을 맡는 등 좌익 문인 단체를 이끌다가 월북한다. 그러나 전쟁 이후 숙청된 그는 60년대 말 탄광에서 노역에 시달리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 이외에는 지금까지도 행적과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상허와 동향인 철원 출신으로 기념사업회를 꾸려 온 시인 민영(70)씨는 “철원 노동당사가 가깝고 백마고지가 마주 보이는 이곳 두루미평화관은 대표적인 분단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며 “분단으로 찢기고 훼손된 상허의 문학적 삶을 상징하는 공간에 그의 문학비와 흉상이 세워진 것을 보니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평론가 염무웅(63)씨와 시인 신경림(69)씨는 나란히 어린 시절 월북 작가 상허의 작품을 남몰래 탐독하면서 문학의 꿈을 키웠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상허를 비롯해 남북 양쪽 모두에서 실종되어 버린 월북 문인들의 문학적 업적을 올바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철원/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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