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준 탄생 100주년 기념문학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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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2004-10-17 09:30] |
(철원=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 '한국 단편문학의 아버지'로 불렸던 월북작가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1904-?)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문학제가 문인 등 120여명이 모인 가운데 16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두루미평화관에서 열렸다.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민영 신경림 강태영 등 시인과 소설가, 미술가를 비롯해 이태준의 조카인 서울대 김명렬 교수 등이 참석 했다.
문학비 제막식과 상허문학제, 유등행사 순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상허 이태준 문학제 100주년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아 문학비 건립을 주도한 민영 시인의 개회사 로 시작됐다.
민영 시인은 "철원은 이태준 선생의 성장터이자 민족분단의 현장"이라며 "이태 준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곳에 문학비를 세우는 것은 철원에 통일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시인은 또 "처음 문학비를 세우려고 했을 때 이태준 선생이 월북작가라는 이 유로 지역 유지들의 반대도 있었다"며 "그러나 올해초부터 한달에 두 번씩 이곳을 방문하는 등 노력한 끝에 이곳 건립 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내비 쳤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염무웅 이사장은 축사에서 "이태준 선생의 문학은 아직 업적 의 크기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문학제는 그의 문학을 제대 로 평가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문학비 제막식에서는 철원군 대마리 두루미평화관 광장 앞에 이태준의 문학적 업적이 기록된 문학비가 강릉대 최옥영 교수가 제작한 이태준의 흉상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열 시인은 직접 진혼굿을 펼쳐 이태준의 넋을 달랬다.
상허문학제에서는 시인들이 지은 추모시 낭송과 이태준의 문학 이야기, 이태준 의 소설 낭독이 있었다. 김준태 시인은 '기러기 날아오는 가을에'로, 이동순 시인은 '별을 바라보며'라는 시로 이태준을 추모했다. 조용미, 임혜경 시인도 추모시를 낭 송했다.
소설가 최인석은 이태준 문학에 대해 "극과 극을 오갔던 이태준의 삶은 자신의 삶의 이력을 통해 권력과 화해하는 일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을 말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재용은 "이태준은 초기에 '정신적인 동양이 물질적인 서양보다 우 위에 있다'는 동양주의자였다"며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을 목격하고 러시아 등지 를 여행하면서부터는 전지구적 시각을 가지고 억압에 저항해야 한다는 국제주의자의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소설가 손홍규는 이태준이 1940년 '문장'지에 발표한 단편 '밤길'의 마지막 부 분을 낭독했다. 이태준의 고향에서 그의 아름다운 문장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 이었다.
문학제는 한탄강이 한눈에 보이는 고석정으로 옮겨져 계속됐다. 유등행사 전에 민영 시인은 시 '유등(流燈)'을 낭송했고 문학제 참가자들은 한탄강으로 내려가 분 단의 비극에 희생된 영혼을 위해 등을 띄웠다.
상허는 1925년 단편 '오몽녀'로 등단한 뒤 1933년 박태원 이효석 등과 '구인회' 를 조직, 문학활동을 했으며 '달밤' '가마귀' '복덕방' 등 많은 작품을 썼다. 해방 후 조선문학가동맹 부위원장, 현대일보 주간 등을 거쳐 1947년 월북했다.
북한에서 문학예술총연맹 부위원장을 지냈고 '농토' '고향길' 등 소설을 발표하 기도 했던 그는 1955년 숙청돼 함남 로동신문사 교정원으로 좌천됐다. 1969년 무렵 강원도 장동탄광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나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dji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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