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국가보안법폐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전국작가대회 열려

"국가보안법은 그간 우리들이 밑줄을 그어가며 당당하게 '시'라고 노래했던 그 속에 접근금지 구역을 만들어왔다. 바로 그곳에서 싹트는 희망의 발길 앞에 지뢰들을 놓아 왔다. 그리고 그것은 순간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고 국가보안법의 존재를 망각한 자들의 발목을 잘라왔다"

유엔, 인권단체, 시민단체, 종교인, 영화인들에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를 염원하는 작가들이 작가의 명예를 걸고 한자리에 모였다.

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주최로 '국가보안법 폐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전국 작가 대회'를 열고 "국가보안법을 철폐시켜 우리 문학의 깊이와 넢이를 확장시키고 색깔론 정치를 청산하고 평화통일로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과 함께 살아온 기나긴 세월동안 이들은 수시로 저녁의 어두운 거리를 지나며 나무들과 건물들 위에서 하늘이 소용돌이치고, 그 너머에서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분단사회의 광기를 보고는 했으며, 어떤 검은 새의 날개가 늘 정신을 지배하고 따라다니듯 했다고 한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염무웅 이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것이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와 우리 시대의 필수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알리기 위해 이러한 자리를 마련했다"며 "냉전 직후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후 외세에 의해 강제된 분단을 보장하기 위해, 군사정권의 안정을 위해, 이후 기득권들의 이익을 위해 사상, 법률적 도구로 사용되어 와 입에 물린 재갈을 인지조차 못하는 상태로 강제적으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까지 지배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국가안보가 불안해진다고 생각하는 것도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하는 반증이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으로 묶여있는 서적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국가보안법과 양립할 수 없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또한 "선배, 동료 문인들의 창작의 자유를 억누르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문화대국을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분지'로 구속되었던 남정현 시인은 "지금 이 자리가 국가보안법이 폐지된 축제의 현장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는 현실이 착찹하고 어이없다"라며 "국가보안법이 법이라는 가면을 쓰고 이땅에 첫발을 내딛은지 56년째이다. 식민지 조선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치안유지법과 명맥을 이어온 국가보안법 밑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을 야만적인 법 밑에서 굴욕적으로 살아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가치체계가 뒤죽박죽인 혼란의 시대 중심에 국가보안법이 존재해왔다. 문학인들은 인간세상에 다시는 얼굴을 내밀지 못하도록 거짓을 파고 진실을 들춰내 국가보안법 폐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확보해 글을 쓸 수 있는 기쁨을 내세우기 위해, 평화통일의 길을 가기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붉은 산 검은 피'로 구속되었던 오봉옥 시인은 "검찰조사과정에서 혐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붉은 산 검은 피'는 왜 붉은 산인가? 왜 검은 피인가?'라는 같은 질문만을 되풀이 하는 한편의 코메디와도 같았다. 창작의 자유를 사슬로 죄여매는 국가보안법은 시대착오적이다"며 "국회의원이 되기 전엔 함께 국가보안법을 외치던 자들이 국회에 들어가자 일정하게 한 발을 빼고 있다. 분열적 사고를 하는 그들을 잡아가지 않는 법이 국가보안법이라면 우리는 펜을 꺾고 힘으로 뭉쳐 이 자리에 모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교류하는 몽골의 가수 네룩은 '고향'이라는 노래를 불렀으며 이어 우리말로 '아리랑'을 작가들과 함께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과 함께 작가 격문쓰기가 사전행사로 이뤄졌으며 이재무 시인의 국가보안법 조시 낭독, 김남주 시인의 유고시, 이광웅 시인의 유고시, 김형수, 고규태, 김해화, 최자웅, 박남준, 박영희 시인의 시가 낭독되었다. 손병휘,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과 함께 무용가 이삼헌의 진혼굿과 상징의식이 이어져 지나가는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지나가다 자리에 함께하게 된 한 시민은 "'태백산맥'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국가안보사항을 결정하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상과 표현의 자유까지 구속하면서 존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현재 국가보안법 논의가 활발히 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