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남북 문화행사 줄줄이 무산>

[연합뉴스 2004-09-17 11:14]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당초 예정됐던 민간 차원의 남북 문화행사들도 잇따라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17일 문화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통일맞이(이사장 이재정) 주최로 오는 22-23일 이틀간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가극 '금강' 공연이 당분간 연기됐다.

'금강'은 오페라 연출가 고(故) 문호근씨가 서양의 오페라.뮤지컬과 우리의 창 극을 접목한 형태로 제작, 1994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했던 창작극.

동학혁명을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그리면서 분단의 아픔과 통일문제를 짚어 1994년 제1회 민족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작품이다.

통일맞이는 고(故) 문익환 목사 기념사업 및 남북한 문화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로, 이번 평양 공연을 위해 지난 3월 중국에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공 연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또 80년대 대표적인 통일연극 '한씨연대기'의 연출자이자 문호근씨의 서울대 연 극반 후배이기도 한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연출을 맡아 제작을 진 행하고, 지난 6월 말에는 평양 봉화예술극장 답사까지 마친 상태였다.

통일맞이 김재규 사무차장은 "7월 이후 대부분의 남북 민간교류가 중단되다시피 한 것과 같은 흐름"이라며 "올해 안으로 공연이 성사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실무회의를 다시 열 것을 북측에 요청하는 등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맞이는 이에 따라 다음달 8-9일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만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각국 문화예술인들이 모인 가운데 경연을 펼친 세계문화오픈도 12-15일 서 울 본선에 이어 16-19일 평양에서 결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북측에서 행사 직전 ' 불가' 입장을 전해오면서 평양 개최가 무산되고 말았다.

북측과 지난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친 실무접촉을 통해 이번 행사의 남북 공동 개최 및 평양 결선 개최에 합의했지만, 최근 남북 상황이 악화되면서 최종적인 합의 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직위측은 "서울 행사 직전까지 북측과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15일 오전 북 측으로부터 '평양 결선이 어려우니 양해 바란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북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난달 24-29일 평양에서 열기로 해 관심을 모았 던 민족작가대회 역시 현재 무기연기된 상태.

대회의 남측 주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은 "'남북 경색이 풀리면 곧바로 대회를 연다'는 게 양측의 입장인 만큼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며 "하지만 계속해서 남북관계의 악재가 터지고 있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yy@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