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문화 명동' 노력은 계속된다
작가회의 주최 <문학카페 명동>의 성과와 그 미래는?

홍성식 기자 hss@ohmynews.com

▲ <문학카페 명동> 3회 공연에서 노찾사와 함께 '광야에서'를 합창하고 있는 소설가 현기영(왼쪽에서 3번째).

ⓒ2002 홍성식

총입장객 수 4000여명, 외국인노동자 돕기 성금 720만원 모금, 고은, 현기영, 황석영, 최성실, 오수연, 하성란 등 이야기 손님과 사회자로 참여한 문인 18명, 전인권, 정태춘, 노찾사 등 참여 가수 13명.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와 KBS 라디오가 '문화 명동의 부활'과 '외국인노동자 돕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문학카페 명동>이 지난 11월22일 10회 공연(초대문인 고은-초청가수 이은미-사회자 김선우)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9월6일 신경림-한영애-김별아의 제1회 공연이 있었던 첫날엔 '행사가 끝까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회의는 행사기간 내내 '재미'와 '의미'를 적절히 조율하며 계획된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김지하 시인의 파트너가 조용필에서 오정해로 교체된 것에 걱정이 없지 않았으나, 정작 공연후에는 "오정해의 '진도아리랑'과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의 만남이 신선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뤄 이런 우려를 상쇄시켰다.

예년보다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열리지 못한 강은교 시인과 크라잉넛의 공연 또한 독자와 팬들의 아쉬움을 불렀지만, "따뜻한 2003년 봄을 기약하자"는 이번 공연의 기획자 김정환 시인의 말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상당부분 달래줬다.

'문인의 사회참여'를 지속적으로 실천해온 작가회의가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돕기 위한 각종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 명동을 소비향락의 중심지가 아닌 문화의 중심지로 바꾸기 위한 문인들의 노력이 가시화되었다는 점에서 <문학카페 명동>의 가장 큰 두 가지 목적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의미'로운 성취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재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미 30여년 전 서울 장안을 화끈하게 달구었던 소설가 황석영의 '뱀쇼' 2002년 리바이벌 버전을 볼 수 있었고,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이 멋들어진 몸짓과 함께 들려준 '봄날은 간다'와 노찾사와 현기영이 서로의 눈빛을 마주보며 뜨겁게 부른 '광야에서'를 들을 수 있었다.

재미는 문인들만이 제공한 것이 아니었다. 전인권은 특유의 어눌하지만 정확한 어법으로 소설가 박완서와 관객들을 동시에 웃겼고, 이은미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맨발'을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내보였다.

뿐이랴, 정태춘은 극악스런 치통(齒痛)을 참아가며 공연장을 끝까지 지켰다. 객석의 합창소리 드높았던 오정해의 '진도아리랑'은 더 말해 무엇하리.

소설가 김별아와 시인 김선우, 평론가 신수정은 깔끔한 행사 진행과 맛깔나는 말솜씨, 유연한 위기대처 능력을 보여줘 선배작가들로부터 "아나운서로 전업하는게 출세가 빠를 것 같다"는 우스개를 여러 차례 듣기도 했다.

▲ <문학카페 명동> 1회 공연을 찾은 김근태 의원은 뒷풀이 자리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사진은 신경림-한영애-김별아가 참여한 1회 공연장면.

ⓒ2002 홍성식

보너스도 있었다. 1회 공연의 관객으로 명동을 찾은 김근태(민주당 국회의원) 의원은 뒷풀이 술자리에서 춤을 췄다. 김 의원이 신경림 시인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문학카페 명동>이 아니었다면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군사독재 시절과는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는 김근태의 그날 춤은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지난 22일 밤 500여명의 관객들과 함께 한 '삼겹살 숯불구이 파티'를 마지막으로 <문학카페 명동>은 끝났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우리를 인간이 아니라 짐승으로 대하고 있다"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외국인노동자들의 절규를 달래주기 위한, '문화 명동의 부활'을 이루기 위한 작가들의 발걸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02/11/26 오후 7:20
ⓒ 2002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