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2003. 9. 26

진보문인들 "한국군이 이라크 치안을 유지한다?"
작가회의, 기자회견 열어 '한국군 추가파병 반대'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홍성식 기자

▲ 26일 정오 마포구 아현동 작가회의에서 열린 '한국군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기자회견'

ⓒ2003 홍성식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하는 10월 24일 이전에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 여부를 결정해달라는 미국의 요구가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적 문인들이 '추가파병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은, 민영, 김준태, 이시영, 이승철, 고형렬(이상 시인) 남정현, 김영현, 오수연(이상 소설가) 염무웅, 고영직(이상 평론가) 등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이하 작가회의) 소속 문인 20여명은 26일 정오 서울 아현동 작가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견을 통해 '이라크의 미군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 규정하며, "한국정부가 미군의 독선과 무능, 기만과 실패에 동조해 군대를 보낼 어떤 이유도 없다"라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염무웅 이사장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독재자 후세인이 물러갔다는 환희는 미군에 대한 분노로, 새 사회에 대한 희망은 치솟는 물가와 대량실업으로 인해 환멸로 바'뀐 이라크의 현실을 개탄하며, "외국인들이 머무는 고급호텔은 탱크로 철통같이 지키면서, 이라크인들의 생존이 달린 발전소와 정유소, 정수장들은 약탈과 방화를 방치했다"며 미군의 이중성을 질타했다.

작가회의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난관에 봉착한 것은 군인과 무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군사력만으로 이라크 국토와 민중을 지배하려는 군사적 침략주의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이 파병된다면 이라크인의 치안이 아닌 미군의 치안을 지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혼란에 빠진 이라크의 치안을 지켜내 세계평화에 일조한다'는 파병찬성론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것으로, 이와 관련 염무웅 이사장은 "만약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가 파병안을 상정해 통과시키고 전투병을 이라크에 보낸다면, 이 땅 모든 양심세력과 연대해 대통령과 파병을 지지한 국회의원에 대한 비토운동을 벌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외세의 점령이 문제의 핵심인 마당에 외국군이 총부리를 들이대고 치안을 강제할 수 없으며, 평화를 만들어 줄 수는 더군다나 없다"라는 인식을 같이 한 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은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조해 인류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역사적 대의를 훼손한 한국정부가 지금 할 일은 추가파병이 아닌 현재 이라크에 있는 공병대와 의무병을 즉각 철수시키고, 이라크인들에게 사과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아래는 참석문인들의 주요 발언내용 요약.

염무웅: 파병안이 국회에 상정돼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작가들의 힘은 펜에서 나온다. 파병결정이 가지는 비인간성과 비도덕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거리투쟁도 벌일 것이다. 야만적 제국 미국이 인류의 평화를 깨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 파병이 된다면 이를 결정한 대통령과 지지한 국회의원에 대한 비토운동도 벌일 것이다.

남정현: 이번 파병은 '미국과 한국이 속한 태평양지역을 방위선으로 한다'는 한미방위조약에도 위배된다. 국익 운운하며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는데 무고한 남의 나라를 짓밟고 생기는 국가이익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민영: 이라크는 미국을 돕는 일체의 행위를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다. 왜 한국의 청년들이 위험지역에서 미국을 위해 피를 흘려야하는가?

김준태: 이라크로의 파병은 이라크 국민전체를 적으로 만드는 행위다. 전쟁은 악의 씨앗을 양산할 뿐이다. 우리가 왜 명분 없는 남의 나라 전쟁에 군대를 파병하는 소제국주의 국가로 전락해야 하는가.

오수연(이라크전 당시 작가회의 파견문인으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일대에서 취재활동): 미군을 공격하는 것은 후세인의 추종자가 아닌 반미감정이다. 미군은 오히려 몰락한 독재자 후세인을 영웅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파병된 한국군은 이라크 국민과 싸울 것이고, 그들을 죽일 것이다.

2003/09/26 오후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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