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잠시 귀국한 작가회의 종군문인 오수연씨
6.23

˝전쟁뒤 폐허가 된 이라크
언론관심 시들 안타까워˝

지난 3월14일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가 파견하는 ‘종군 문인’의 자격으로 이라크 전장으로 달려갔던 소설가 오수연(39)씨가 이달 15일 일시 귀국했다. 현지 도착 당시 이라크의 국경 폐쇄로 한달 동안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머물던 오씨는 4월17일 바그다드에 들어가 두달 동안 한국-이라크 반전평화팀의 구호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이라크에 들어가기 전 취재한 팔레스타인 참상 르포를 네차례에 걸쳐 <한겨레>에 기고하기도 했다. 3개월 만에 포화의 잔해에서 벗어나 기자와 만난 오씨의 얼굴은 다소 까칠했지만 건강해 보였다.

“파견작가였지만 막상 현장을 보니 작가가 어느 상황에서나 글을 쓰는 게 우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내가 아니라도 이라크 소식을 국내에 띄울 한국 기자만 30여명이 현장에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합류했습니다.” 미군의 점령 직후 그가 도착한 바그다드의 중심가는 약탈과 파괴로 뒤엉킨 혼돈의 아수라장이었다. “전쟁과 함께 법이나 공공의식 따위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다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지요. 일정 부분은 독재자 후세인이 국민들을 바보로 만든 정책의 결과이기도 했구요.”

그는 보름 정도 이라크 전역의 피해실태를 조사한 뒤 한달여 동안 뉴바그다드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물, 전기, 의료 등 필요한 건 많았고 지원은 부족했다. 막막하기만 한 구호활동에서 그와 반전평화팀은 지역주민들과 조심스럽게 믿음을 쌓으며 “구호자와 시혜자가 아닌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서로를 요청했다.”

바그다드에서 지내는 동안 오씨는 “인간의 조건이란 어떤 것인가. 인간일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한다. “세계 어딜 가도 개인적으로는 나쁜 사람을 못 봤지만 집단이 되고 국가가 되면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석유자원을 가진 아랍은 집단화한 인간의 야욕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지역이구요. 처음 가본 아랍땅에서 지구라는 별의 참담한 실체를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는 표면적인 전쟁이 끝난 직후 시들해진 언론의 관심을 비판하기도 했다.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완전한 폐허 위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면에서 그렇죠. 미국의 점령군에 빼앗긴 자치의 권리를 다시 가져와야 하는 싸움도 시작해야 하구요.”

그는 오는 25일 2개월 일정으로 다시 이라크에 들어가 현지인들과 이 전쟁을 함께 치를 계획이다. 돌아온 뒤에는 “우리가 본 전쟁에 대한 기록”을 장편의 르포형식으로 남길 예정이다. 혹시 소설의 아이디어를 가져왔나 물어보니 “아직도 얼떨떨하고 작품에 대한 생각을 할 여력도 없었다”고 한다. “기록작업하는 데 5~6개월은 걸릴 테고 그 동안 작품활동을 할 수 없겠지만 조급하지는 않아요. 기록 역시 창작만큼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김은형 기자,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