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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에서 이런 의미의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집시들은 아름다운 것들, 예를 들어 노을이 물든 하늘을 보았을 때 ‘아름답다’는 말보다 ‘맛있겠다’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는 거였다. 가난해서 늘 굶주리는 그들에게는 맛있겠다는 말이 어떤 대상의 아름다움에 바치는 최고의 헌사인 셈이다.
그 문장을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는데, 어디 그런 식의 표현이 집시에게만 있겠는가. 함박눈이 내리면 쌀밥 같은 눈이 내린다고 말하던, 늦가을 들판을 황금이 깔린 낙원으로 여기던 내 고향사람들 또한 그렇다. 가을이 깊어가고 들판이 누렇게 물들면 가난한 이들도 잠시나마 풍요로울 수 있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들판은 수확하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탈곡기 소리, 경운기 소리, 수매가를 점치는 들뜬 목소리들이 한데 뒤엉켰다가 푸르고 높은 하늘로 사리사리 풀려갔다.
한 해의 노동이 결실을 맺던 그 시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아버지가 돌아오면 나는 냉큼 당신 앞에 조아리고 섰는데, 그건 다름이 아니라 어머니가 타 준 설탕물을 얻어 마시기 위해서였다. 어른들은 설탕물을 홍삼 달인 물과 다름없이 여겼던 터라, 어린 내게는 마치 신들의 음료라도 되듯 대단해 보였던 거다. 아버지는 으레 반쯤 마신 뒤 설탕물 대접을 내게 건네주었는데 여태도 나는 달고 시원했던 그 설탕물 맛을 잊지 못한다.
어느 날엔가는 한 번 부엌 찬장에서 설탕을 끄집어 내 물에 타 먹어 보았으나 아버지가 건네주었던 것처럼 달기는커녕 밍밍하기만 했다. 아버지의 타액이 조금쯤은 스며들어야, 하루 동안의 노동의 흔적이 스며들어야 단맛이 난다는 걸 지금은 안다. 그러니까 정말로 맞는 말이다. 달고 맛있는 물이야말로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이야말로 맛있다. 그저 설탕을 물에 탔을 뿐인데도.
<2010. 0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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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