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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한번 쏟으면 주워 담기가 어렵다. 물론 말만 그런 게 아니다. 한번 이루어진 것들은 되돌리기가 무척 어렵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보다 몇 배나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무언가를 행하기 전에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나는 늘 궁금했다. 우리가 내뱉은 말은 어디로 가는지. 허공에 풀려나간 말은 허공에서 소멸되는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영원히 살아남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가끔은 말이 소멸되지 않고 거처할 곳을 찾는 것도 같다. 그곳은 주로 사람의 가슴이다. 특히 막말들은 그런 방식으로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말로 받은 상처는 끈질기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막말이라고 해서 다 그렇지는 않다.
시인 정양은 토막말이라는 시에서 우리에게 아름다운 막말을 들려준다.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 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이라는 막말이 대책도 없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건 혼신의 힘을 다해 토해낸 막말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말하지 않고서는 진심을 담아낼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때로 막말이란 우리가 언젠가 한번쯤은 내뱉고 싶으나 아껴서 간직해 둔 최후의 언어 같은 것이기도 하다. 최후의 언어가 그토록 쉽사리 풀려나온다면 누가 그 말에 담긴 진심을 알아줄 것인가. 그토록 쉽게 내뱉은 막말을 누가 들어줄 것인가. 음향이 사라진 곳에 감정이 남는다. 밀물은 모래밭의 글자를 지워버리겠지만 그 자리에는 사랑이 남는다.
<2010.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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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