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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길을 걷다 구름을 헤치고 유유히 빠져나온 달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순간의 달은 내가 매일처럼 보던 그 달이 아니라 나를 마중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어떤 숭고한 존재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나는 부처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에서 죽은 비유가 아닌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산 비유를 만난다. “사람이 먼저 잘못이 있더라도 뒤에는 삼가 다시 짓지 않으면 그는 능히 이 세상을 비추리. 달이 구름에서 나온 것처럼.”
좋은 글에서 비유란 쓸모없는 수사가 아니라 그 글의 격을 높여주는 요소다. 많이 오해하듯 비유란 글을 애매하고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유란 글을 분명하고 뚜렷하게 만드는 데 원래의 목적이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은 비유가 사용된 글은 성경이 아닐까 싶다. 성경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무수한 비유들이 있다. 그러기에 누구라도 성경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구구절절 삶과 죽음에 관한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교리를 늘어놓는 것보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면 충분하다.
비유의 힘은 그것이 현란한 문학적 기교라는 사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좋은 비유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겪었던 것들에 비추어 스스로 상상하게 해준다. ‘달이 구름에서 나온 것처럼’이라는 글귀를 읽으면서 나는 언젠가 내가 보았던 달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달을 보았을 때 내가 느꼈음직한 감정들도 되살아난다. 한 치 앞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캄캄했던 길이 순식간에 환해질 때의 반가움, 안도감 등이 함께 떠오르면서 저 단순한 글귀가 단박에 정서를 환기하는 심오한 문장으로 바뀐다. 그리고 동시에 잘못이 있더라도 다시 죄를 짓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2010. 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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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