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종광의 세 번째 소설집 [낙서문학사]
(문학과지성사, 2006년 6월 26일)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탄탄한 서사, 능숙한 충청도 사투리 구사로 주목받아온 소설가 김종광의 세 번째 단편집. 데뷔한 지 9년째 되는 해에 펴낸 이 소설집은 허구에 대한 폭로, 모순에 대한 증언, 세상을 향한 조소들로 가득하다. 2002년에서 2006년 사이에 씌어진 아홉 작품이 실려 있다.
표제작은 일종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낙서문학사 창시자편'과 '낙서문학사 발흥자편'으로, 문학과 문학을 둘러싼 여러 구조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작 <모내기 블루스>에 실린 '언론낙서백일장'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는 '낙서문학'의 사적 기원을 이 두 작품에서 밝히는 셈.
'절멸의 날'은 축구와 매춘으로 얼룩진 나라, 율려의 마지막 하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씨네 푸닥거리 약사'에는 실재 작가의 아버지가 쓴 소설이 액자소설의 형태로 들어가 있다. 이밖에 의미 없는 해외여행의 실상을 폭로하는 '율려 탐방기',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며 긴장감을 더하는 '단란주점 스타크래프트' 등 노련하고 재치 넘치는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 단단하게 짜여진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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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
1971년 충남 보령 출생. 1998년 계간 「문학동네」 하계 문예공모에 단편 '경찰서여, 안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 지은 책으로 <경찰서여, 안녕>, <71년생 다인이>,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등이 있음. |
::책 속에서
나는 문학이라는 게 영 사기판 같았거든요. 그의 낙서문학 때문이죠. 그가 낙서문학을 했을 당시에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가 죽고 한참 뒤에 모두들 그의 낙서문학을 떠받들고 있어요. 과거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쩐지 사기 같단 말입니다.
- '낙서문학사' 중에서
나도 알지. 비겁한 게임이라는 것을. 솔직히 비겁한 게임이 아니고 정당한 게임이라면, 나는 하나도 이기지 못할 거야. 일곱 중에 하나도 못 이길 거라고. 설령 1대 7로 싸우는 게 아니라, 여덟 모두 따로국밥으로 싸우는 전쟁이라 해도, 그중 한 놈 이기기가 버거울 거야. 오버로드/가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더 정확히 말하면 멍청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머리가 나쁘면 비겁하기라도 해야지.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 '단란주점 스타크래프트' 중에서
::작가의 말
문학의 본질, 문학을 한다는 것, 작가라는 존재, 독자의 정체, 작가와 독자를 매개하는 출판시장과 그 관계자들, 이러한 엄청난 문제들을 소설로써 탐구해보겠다는 각오로 ‘낙서문학사’를 기획했었다. 용기백배하여 「낙서문학사 창시자편」과 「낙서문학사 발흥자편」을 빠르게, 스스로 재미있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엔 계속할 수가 없었다. 용기가 점점 스러지더니 문학과 정면으로 박치기하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두려워졌다. 내가 20년을 더 소설가로 살아남는다면 그때 가서 마저 하리라, 하고 미루고 말았다.(...)
이상 아홉 편은 2002년에서 2006년 사이에 쓰여 졌다. 문지 여러분과 최성실 선생님의 노고에 힘입어 묶이게 되었다. 소설가로 데뷔한 지 9년째가 되는 해이고, 세 번째 소설집이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건업을 빈다.
-2006년 5월 26일 수원 밤꽃마을에서
::추천글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지 않는 미적 생산의 특수성, 근원적 자율성을 문학적 상상력만은 포기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작가의 진중한 전언은 문학의 윤리적 과제와 맞물려 있다는 면에서도 의미심장한 것이다. 아마도 <낙서문학사>는 지금까지 한국 문학에서 발화 중심의 다중 서사 미학과 문학사회학의 감각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보기 드문 소설로 기록될 것이다. - 최성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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