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양호의 신작 소설집 [베트남, 베트남]
(작가, 2005년 12월 26일)

중편 1편과 단편 6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베트남, 베트남'과 '베트남으로 가는 길'은 작가가 실제로 베트남에서 겪은 일들이 녹아 있는 소설로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전쟁의 상처와 그 상처를 통해 우리를 뒤돌아본다.

작가는 후기에서, "나는 사랑과 전쟁이란 산맥 너머에 또 다른 산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사랑, 전쟁이란 개념도 결국 죽음이란 대상의 하위 개념으로 편입되고 만다"고 말한다.

목 떨어진 불상 위에 참숯을 빚어 올려놓은 덥석이('용흥리 석불')나 씻김굿과 더불어 죽음을 생각하는 만성자살병 환자('도깨비 건너간 자리'), 죽음의 고통을 이겨내려 나름대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처녀가 겪었던 죽음의 불가해성('죽음을 만나는 법'), '메멘토 모리'에 물어뜯겨 해골로 변해 죽어간 사내의 처참한 삶('독사의 이빨')에 이르기까지 그의 화두는 '죽음'이다.

김양호 1953년 전남 목포 출생. 2006년 현재 숭의여자대학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지은 책으로 소설집 <북극성으로 가는 문>, <사랑이여, 영원히>, <까마귀의 섬>과 비평집 <한국 현대소설과 비평의 만남>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신께서 이르신다.
누구든 내 문을 두드리는 자 나를 볼 수 있을 것이요
나를 본 자는 나를 알게 될 것이며
나를 알게 된자 나를 사랑할 것이며
나를 사랑한 자 내가 사랑할 것이며
내가 사랑하는자, 마침내 내가 죽이리라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섬 한군데에 집약시켜 쓴 「까마귀의 섬」에서 이미 드러낸 바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리 가슴속의 전쟁은 또 다시 「베트남, 베트남」이나 「베트남으로 가는 길」을 끄집어내게 한다. 베트남은 결국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전쟁의 참혹상을 잠시 잊게 해준다. 「베트남, 베트남」에서 한국에 가기를 동경하는 ‘띠앙’이란 소녀를 통해 어릴 적 누나에게서 느꼈던 풋사랑이 아릿하게 묻어난다. 하지만 이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 뿐이다.

작가는 사랑과 전쟁, 죽음에 대한 것들을 여러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인도 여행에서 돌아와 쓴 「죽음을 만나는 법」과 「독사의 이빨」, 「화살이 꽂힌 자리」에서는 ‘죽음’ 혹은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사랑은 ‘띠앙’이란 베트남 처녀와 어린 시절 가슴에 불자국을 찍어 준 현숙이 누나에 대한 연모(「베트남, 베트남」), 당구대회를 돌아다니는 흑거미란 여자와의 사랑(「죽음을 만나는 법」), 사랑해서 미워하는 게 남자라면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게 여자라는 말로 실연의 상처를 달래 보는 사내(「도깨비 건너간 자리」)를 통해 드러난다.

이번 작품집 『베트남, 베트남』에 실린 김양호 씨의 소설들은 사랑과 죽음, 전쟁의 찌꺼기가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 어느 하나로 분류하기 어렵다. 단지 한 마디로 할 수 있다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죽음 역시 삶의 한 과정으로 본다면 말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나는 사랑과 전쟁이란 산맥 너머에 또 다른 산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사랑, 전쟁이란 개념도 결국 죽음이란 대상의 하위 개념으로 편입되고 만다”고 말한다.

목 떨어진 불상 위에 참숯을 빚어 올려놓은 덥석이(「용흥리 석불」)나 씻김굿과 더불어 죽음을 생각하는 만성자살병 환자(「도깨비 건너간 자리」), 죽음의 고통을 이겨내려 나름대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처녀가 겪었던 죽음의 불가해성(「죽음을 만나는 법」), ‘메멘토 모리’에 물어뜯겨 해골로 변해 죽어간 사내의 처참한 삶(「독사의 이빨」)에 이르기까지 그의 화두는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