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홍양순의 첫 번째 소설집 [자두]
(문이당, 2005년 9월 20일)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 홍양순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2004년 김유정 문학상을 수상한 '자두'를 비롯해 총 7편의 중단편 소설을 수록했다. 자살 중독자, 사할린 귀환 동포, 전통적인 농촌 가정 등 버림받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의 삶과 내면에 시선을 집중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환기 시킨다.

초기작에 해당하는 '떠도는 혼', '못밭집' 등은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그 고통의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의 내밀한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두', '동거인', '팬츠는 집을 버렸는가'는 중국 조선족 불법 체류자, 남녀 대학생의 동거, 성적 일탈로 인한 가정 파탄 등의 세태를 예리하게 풍자한다.

홍양순
1958년 제주 출생.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떠도는 혼'이 당선. 2004년 단편 '자두'로 제10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

::책 속에서

"수연이 갖고서 꿈을 꿨는데 생전 본 적도 없는 노파가 뻘건 자두를 한 광주리 주잖아. 받을 데가 없어 할 수 없이 입고 있는 치마를 걷어 담았지. 아무리 담아도 끝이 없는 거야. 그 광주리 밑이 안 보이는 거 있지. 시어머니가 태몽이라며 딸이 분명하다고 열 달 내내 눈을 얼마나 흘기던지, 근데 낳고 보니 신통하게 진짜 딸년이더라고."

- 본문 29쪽, '자두' 중에서

::추천글

홍양순 소설의 미덕은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다중적 구조 안에서 함께 아우르며 녹여 내는 힘에 있다. 불법 체류 노동자, 자살 중독자, 사할린 귀환 동포들을 내세워 빛의 사각지대, 우리 사회의 그늘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문체의 힘도 만만치 않다. 출구를 찾지 못하는 희망과 절망과 분노에 대한 작가의 연민은 깊고 진지하다. 막다른 상황 속으로 내몰리는 인간 심리를 해부하는 치밀하고 치열한 작가의 시선에 의해 아픈 역사가 속살을 드러내고 내밀한 상처는 단지 개인의 내면에 갇히지 않고 사회성을 획득한다. - 오정희 (소설가)

'자두'는 굳이 분류하자면 농촌 소설에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모근리'가 '전원주택 단지'로 바뀌면서 황폐화되어 가는 과정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그려지고 있는 '모근리' 풍경은 작가가 오랫동안 농촌 생활을 한 것이 아닐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대단히 핍진하다. 이처럼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력은 이 작가의 또 다른 재능과 가능성을 암시하는 징표로 보인다. - 장영우 (문학평론가, 동국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