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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박정애
수천 수만 눈먼 돈이 자고나면 지천인 은행나무 집 金씨, 면사무소 앞 나무 밑에서 모처럼 생목돈 한번 움켜쥐고 퉤퉤 침 발라가며 세는데 가을수매 쌀 열 가마니 무게하고 닭 모이주며 익힌 구구단하곤 아무래도 아귀가 안 맞는지 고추 먹은 소리로 앗따, 조선 짐 다 져도 빚지고는 다리 뻗고 못 자지 농자금 외상빚 갚고 탈탈 턴 빈손으로 가벼워진 경운기 툴툴거리며 오는데 길 가던 땡중 하나, 벌레도 좀도 안 쓸어 木佛짓기 딱 좋은 은행나무 佛典에 보시 하라는데 가만 놔두면 노천 生佛이라 내 집이 절집이지 대뜸 거절해놓고 암만암만 생각해도 신기해서 혼자 웃는 늦가을 오후.
박정애<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 시집 [개운포] 등이 있음. 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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