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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유실천위원회] 밀양 송전탑 저지 시민문화제 및 현장 답사 보고(3월1일-2일)
이름 자유실천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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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저지 시민문화제 및 현장 답사 보고 ]

    

 

● 일시 : 2014년 3월 1일 ~2일

● 참가자 : 이시백(소설/자실위원장), 서영인(평론), 김이하(시), 김해자(시), 양은숙(시), 황규관(시), 김일영(시), 김사이(시), 최명진(시), 김자흔(시) 이상 10명

● 지역 참가자 : 조성웅(시), 김용만(시), 표성배(시), 이응인(시), 고희림(시) 외 10명

● 주요 일정 : 밀양 평밭마을 현장 답사 (3월 1일) 밀양 송전탑 저지 촛불 시민문화제 참석(3월 1일) 밀양 동화전 마을 현장 답사(3월 2일)

 

[후기]

 

송전탑 밀양마을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김자흔(시인)

 

3월 1일 토요일

오전 아홉 시 중앙선 양정역. 작가회의와 작가행동 99의 제안으로 10명의 작가들을 태운 12인승 승합차는 밀양을 향해 달려갔다. 비밀密과 볕陽을 쓰는 밀양. 송전탑이 저지현장에 꼭 한번은 가 봐야겠다는 인연이 비로소 도래한 것이다. 중부와 경북 고속도로를 바꿔 타가며 네 시간여를 달려 밀양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마을 주민 할머니들에게 신분을 알리고 송전탑이 들어설 산으로 향했다. 주민들이 저지를 위해 겨울을 보낸 움막이 자리잡은 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아름답고 평온했다. 우리 일행을 맞기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준 주민들로부터 239기의 현재 진행상황을 들었다. 밀양 주민과 송전탑을 세우는 한전과의 싸움은 9년간이나 지속되고 있지만, 평밭 마을은 주민들의 저항이 가장 강한 곳이라 한다. 백발의 주민은 이곳이 송전탑 저지를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했다.

“그래도 우리는 젊지만 농사로 평생을 사신 할머니들은 굽은 허리로 고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남편의 병 치유를 위해 마을에 들어왔다는 그녀는 농사 밖에 모르는 순진한 마을 원주민 할머니들을 더 걱정했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밤에는 헛소리로 마구 잠꼬대를 한다고 했다. 2013년 10월 11일에 내 블로그에 기록해둔 글이 우연처럼 평밭 마을이다.

 

'밀양 2967일' <한겨레 21> (10월 4일)를 읽었다. 한국전력의 송전탑 공사 27개를 앞둔 지난 10월 1일 경남 밀양시 북부면 대항리 평밭 마을 어귀 나무에 걸어둔 밧줄 뒤로 마을 주민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찜통 같은 움막 속 할머니들의 목에는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한 할머니가 비닐하우스 뼈대를 움켜쥐었다. 움켜쥔 손목도 뼈처럼 앙상하였다. "내 끌어내면 이리 붙잡고 버틸끼다." 쇠사슬을 몸에 감고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 있는 할머니들 사진을 볼 때도, 흙 묻은 장화나 슬리퍼를 신고 비닐우산을 뒤집어쓰고 새우처럼 웅크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한 분 한 분의 모습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없이 들여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비닐하우스 뼈대를 움켜쥔 손목이 뼈처럼 앙상하였다"는 글을 읽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속울음이 터져 나왔다. 한동안 속울음이 그쳐지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모르긴 해도 '앙상한 손목 뼈' 그 ‘뼈’에서 그만 내 부모를 봤을 것이다. ‘땅 파서 먹고 사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를 봤을 것이다.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고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 했다.

“3월에 송전탑 강제공사가 진행한다는 말이 있어요. 한전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미리 파 놓은 무덤으로 들어갈 겁니다.”

움막 옆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누워 있었다. 129호 송전탑 강제공사로 주민들의 위급한 상황을 들으면 지체 말고 달려와 있는 상황 그대로를 바깥세상에 알려달라고 그녀는 다 쉰 목소리로 역설했다. 죽음으로 삶이 터전을 지키겠다는 그녀의 결의가 대단했다.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잘려나간 소나무들도 눈에 들어왔다. 강제로 잘려나간 소나무 밑둥에선 하염없이 피눈물이 흘러내렸다고 했다. 소나무를 반 쯤 베어놓고는 저지를 하러 온 허리 굽은 할머니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우쭈쭈 놀리면서 또 잽싸게 다른 소나무를 또 반쯤 잘라내고 했다는 말에는 분노가 일었다. 고사된 소나무 밑 둥지가 그 날의 상황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커다란 ‘무덤’을 파 놓은 바로 앞에는 춘삼월 봄을 알리는 진달래가 통통한 꽃봉오리를 밀어낼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입구에는 커다란 개 두 마리가 마지막 보루의 밤을 지키고 있는 것도 희망이라 볼 수 있을까.

     

오후 문학행사장인 밀양 영남루에 도착했을 즈음 흐릿하던 하늘에서 촉촉이 가랑비를 뿌린다.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없어 너른마당이라는 건물의 실내로 옮겨 행사가 시작되었다. 우리 작가들 외에 송전탑을 저지하는 주민들과 대표자, 송전탑을 반대하는 영화를 만드는 영상 팀과 가수들까지 실내가 빼곡했다. 참석한 작가들을 대표해 황규관 시인과 조성웅 시인이 시낭송을 했다.

행사에는 현장을 지키는 주민들과 노인들이 참석해 끝까지 송전탑을 막기 위해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그간의 고초를 토로했지만, 표정은 밝고 의연했다. 나이 어린 청소년들까지 노래로 함께 하는 자리는 시종 밝고 화기가 감돌았다. 국가 권력이라는 거대한 힘에 외롭게 싸워온 주민들을 돕기 위해 여러 곳에서 달려온 사람들이 제 나름대로의 역할로 연대의 맘음을 모은 자리는 송전탑이 낳은 또다른 성과이기도 했다.

행사를 마친 뒤에 적당한 숙소를 구할 수 없어, 행사장에서 벼게를 깔고 누워 잠을 자게 되었다. 많은 작가들이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3월 2일 일요일

 

날이 밝자 세면 시설이 없어 화장실에서 양치질과 고양이 세수를 겨우 하고, 밀양 시내에서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시간의 여유가 없어 식사를 마치자마자 지방 작가들과 함께 단장면 사연리로 이동했다. 밤나무 농사를 짓고 있는 동화전 마을엔 이미 98번 송전탑이 공사가 완료되어 산 위에 버티고 서 있었다. 1소대 경찰들이 송전탑 세워진 오르는 길목에 서서 길을 막고 있다. 농번기철이어서 주민들은 날짜를 짜서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고 있다.

  

    “우리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입니다. 현장을 보러 왔습니다.” 이시백 자실위원장의말에 무전으로 윗선으로, 윗선으로 보고를 했다. 보고할 때마다 전투경찰들은 여섯에서 열둘로 열둘에서 열 여덟로 늘어났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송전탑 공사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취지의 말에 경관들은 난감한 듯 이리저리 보고를 하기 바빴다. 중대장이 등장하고, 또 어딘가에 보고하고, 드디어 경찰의 책임자라는 중년 경관이 등장하였다. 취지를 들은 경찰 책임자는 ‘현장이 가파라서 등산화를 신은 사람만 올라가도록 하라’고 했다. 그리고 소속이 어디냐고 묻더니, 중대장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좀전의 태도와 표변하여 일체 접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짐작컨대 한국작가회의라는 단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고, 뒤늦게 그 단체의 불순한(?) 정체성을 인지한 변화라고 짐작되었다. 얼마 전에 현장 부근에서 마을 주민 한 분이 자살 소동을 벌이는 바람에 현장 부근에는 일체 접근을 불허하는 방침인데, 작가들이라고 해서 허락을 해 주면 그를 빌미로 주민들이 자신들도 입산을 주장할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이었다. 황규관 시인을 비롯해 작가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의 저지는 완강했다. 경찰의 저지를 뚫고 그대로 올라가려 하는데, 마을의 젊은 주민 한분이 올라와 다른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막상 돌아서 산을 오르자니 길도 험하고 남은 시간상 너무 촉박하였다. 이미 현장의 공사는 완료된 상태이고, 농성하는 주민들도 없는 현장에 가기보다는 마을의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멀리서 바라뵈는 완공된 송전탑만 보고 산 입구에 설치된 농성 움막으로 향했다.

  

    지킴이 사령관이라는 젊은 여성 주민은 동글동글한 얼굴에 매우 씩씩했다. 내다 팔 대파를 뽑다말고 우리를 위해 바쁘게 달려와서 국수를 삶아냈다. 대책위원장이라는 그분의 남편도 와서 그간의 경과에 대해 간략하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동화전마을은 150호에 달하는 비교적 큰 마을인데, 막상 송전탑 건설을 저지하는 활동에는 15호만이 참여하고 있단다. 움막 안에는 칠판이 매달려 있었는데, 15집의 주민들의 이름이 움막을 지키는 순번으로 적혀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나가 되어도 힘에 부칠 싸움에 한 마을에서도 송전탑의 거리를 두고 관심 밖으로 밀려난 주민들의 싸움은 더욱 외로워 보였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국수까지 삶아준 노고에 죄송하여 작가들은 자동차로 몇 분 거리인 면사무소 앞의 비닐하우스 밭으로 가 일을 돕기로 했다. 졸지에 대민지원활동이 된 셈이다. 비닐하우스 안의 대파를 뽑아 포장하기 좋게 깨끗이 다듬으면서, 예정에 없던 건강한 노동 일손을 보탰다. 김일영 시인은 이곳에 머물러 농삿일을 돕고 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안주인께서는 돌아가는 길에 마다하는 작가들에게 유기농 대파를 한 아름씩 안겼다.

 

주말의 돌아오는 길이 붐벼 더 지체하지 못하고 아쉽지만 오후 1시 30분경에 동화전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부산에서, 창원에서 달려온 지방회원들과 일박이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헤어지는 시간은 아쉽기만 했다. 올라가는 길에 밥이나 사 먹으라고 차 안에 오만원 한 장을 넣어주는 부산의 김용만 시인의 뒷모습이 아련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이런 작가회의의 현장 답사 기행이 그 나름대로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얼굴 보기 힘들었던 지방 회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가 현장의 싸움에 무슨 힘이 되겠는가. 이야기만 듣고 돌아서는 길이 무겁지만 ‘석유통을 움막에 두고 싸운다’는 할머니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보고 가서 여기서 일어난 일들을 꼭 글로 적어 주이소.”

그렇다. 보고 듣고 기록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소임과 책무가 아니겠는가.

밀양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글로서 전파해 줄 과제를 안고 여섯 시간이 넘는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로 향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765000V 고압 송전탑이 세워지는 밀양 마을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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