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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도두리 만인보 8
-이상열 도두리 이장
서수찬
오늘따라
나무가지가 이마를 툭 건드리고
마른 들풀이
바지에 와서 더 많이 달라붙고
흙에서 유난히 튀어나온
돌부리에
넘어지기까지 한다
분명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역력한데
논둑 마저도 그 너른 들판이 좁다고
등을 구부리고 겨울잠을 잔다
이리뒤척 저리뒤척 잠못 이루는지
등이 더 많이 구부러져 보인다
잘 웃지도 않고 근심어린 얼굴을 봐서
정작 말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만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으니
사람만이 두다리를 가지고 있으니
사람만이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다들 마지막 때를 알고
말을 어렵게 건네오고 있는 것인데
유일하게 그대들의 말을 아는
우리에게 희망을 걸어 보는 것인데
지옥과도 같은
저 바다 밑바닥에서도
살아 나왔으니
들판의 그대들이 희망이라고 믿는
사람인 우리가
미군기지 아득한 죽음까지 내려가서 그 밑바닥에다
그들에게도 생명이 있다고
들판에서 보내는 것들의 희망인
흙을 붙고 올 것이다
흙이 싸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오늘 그대들의 나를 찾아온 마지막 당부가
나를 절박한 투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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