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 신원마을에서
송 문 헌
거창 신원마을에 갔다가 들었네,
백성 없는 나라가 무슨 소용 있느냐는 울부짖음을,
50여 년 전 그 울부짖음을 토끼몰이 하듯 모아
순식간에 엠원 소총을 쏘아댔다던 그들은
누구의 군인이었던가
감악산 매봉산 갈전산 바랑산 월여산자락
빨치산도 소돼지를 차출하면 차용증을 써줬다는데
소학교 책걸상을 부수어 소돼지 잡아 구어 먹고
해지면 반반한 여자들 끌어내 밤새 욕심을 채웠다는
그들은 누구의 군인이었던가
그해 정월 초사흘, 나흘, 닷새, 싸락눈 내리던 명절,
총성이 멎은 박산골, 청연, 탄량부락
752명의 목숨을 집단 학살시킨 神院 산골짜기에서
울부짖은 눈보라로 피난길마저 지워버린 그들이
정말 우리나라 국군화랑부대였던가
3년이 지나도록 방치된 시신 썩은 핏물이 흘러
개울에는 새까만 가재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는
神院 협곡의 한여름, 박산골 3기의 합동묘소.
신원마을을 떠나지 못한 752 원혼들은
오늘도 울음 다 못 그치고 이 땅을 떠돌고 있는가
* 감악산 매봉산 갈전산 바랑산 월여산자락 : 거창 양민학살의 현장
神院里 주변을 에워싼 산
|
이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