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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를 보며
이전오
팔 벌리면 안겨올 듯
껍질 벗겨진 목숨 하나
철렁 가슴으로 내려와 앉는다.
“너도 나처럼 되고 싶니?”
실감어린 속삭임에
멈칫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졌다.
어매 오싹한 것!
“야 누가 너처럼 되고 싶대, 참말 웃겨 얘가”
흘겨보아도 횅한 눈은 마냥 말이 없다.
누군가 쫒아나와
꼼짝못하게 꽉 붙잡을 것 같다
괜시리 초조해 진다.
“내가바로 너야 너
나도 한때는 너처럼 살아 돌아다녔거든”
현실에서 꿈으로
꿈에서 현실로 걸어나오는 시간들
그 틈새로 수없는 언어의 비가 쏟아져 내린다.
멈춰진 삶이
멈출 수 없는 고뇌를 던져 준 공간에 서서
지나왔으나 경험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아느냐고 묻고 싶은 내가 우습다.
기원 전, 기원 후를 오가는 몇 천년
경험한 시간들 조차 다 전해 주기 어려운 그에게
남아있는 현상만으로 옛일을 밝히려는 손길들이
어디까지를 찾아내고 또 상상할 수 있을까?
포르말린(Formalin)에 절이거나
프라스티나이제이션(plastinization) 방법을 쓰기 훨씬 이전부터
실증의 언어를 가능케한 사람들
그들이 있어 역사는 값진 빛을 발한다.
시간을 똘똘 뭉쳐쥐고 누운 목숨
그대로 두고 뒤돌아서는 길에
덜렁 물음하나 떨어져 꽂친다.
“너는 후일 무엇을 남겨놓고 갈거니?”
역사는 미이라처럼 남는다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부끄러운 역사를
이미 미이라로 남긴게 아닐까?
남겨진 미이라를 보며 자랑스러워할 후세가 되게하는 것은
몽땅 지금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진짜 우리는 무엇을 남겨놓고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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