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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기고]전쟁 없는 세상 다시 살아 만나자-이라크·팔레스타인 시인과의 동행에서 평화를 보다
천리만리 이국 땅의 두 시인이 제주에 오셨어요.
이라크 시인 하미드 알 무크타르와 팔레스타인의 시인 자카리아 모하메드라는 분들입니다. 이분들과 함께 한‘고통의 기억과 문학의 연대’라는 문학 간담회에서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어요.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진한 연대의 메시지만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지요.
다음날 일행은 제주시 도두봉에 함께 올랐어요. 이 분들의 눈에 비친 제주의 모습은 한마디로‘평화’그 자체였어요. 제주에서 한 5년 정도 살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할 정도였으니까요. 도두봉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산과 오름들, 그리고 한가로이 포구에 정박한 배들과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이며 가까이 보이는 건물과 사람들….
순간,‘이것이 평화다! 그냥 이대로 놔두어라! 간섭하려들지 말라! 깍지벌레 파먹어 시커먼 오름 위의 돈나무도 그냥 저대로 놔두어라! 그렇다, 평화라는 말 자체도 그냥 그대로 놔두어라!’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어요. 그래요. 평화란 모든 것을 인위적으로 파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냥 놔두는 것일 거예요.
전쟁의 자욱한 포연을 뒤로하고 온 두 시인의 눈은 젖어 있었어요. 아마도 목전의 평화를 보면서 전쟁의 고국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여기도 제주4·3항쟁의 와중에 목숨을 빼앗긴 분들의 넋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항상 현재의 고통이 과거의 기억보다 더 아프고 괴로운 법이니까요.
두 분의 모습을 메모하기 위해 펼쳐든 작은 수첩에는 그간 띄엄띄엄 받아 적은 말들이 분노가 되어 일렁이고 있었어요.‘후세인이 없어진 후 미국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사탄과 같은 존재였다. 이라크는 미국에 대항하고 있다. 한국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지 말라!’
태풍‘민들레’가 다가오는 도두봉 정상에서 우리는 바람에 맞서 펼쳐진‘평화’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어요. 그때 저의 입에선 문학간담회에서 민중가수 최상돈이 부른‘목소리’라는 노래가 저절로 응얼거려졌어요.‘전쟁이 없는 세상 다시 살아 만나자. 가거라 너희들 돌아가라 아메리카여’
<김경훈·시인·제주작가회의 사무국장>
2004년7월5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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