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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미(美)란 E M 포스터의 말을 빌리자면,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에서 달성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그 무엇인 동시에 소설가가 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이루어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소설의 아름다움이다. 소설이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을 반영하는 게 사실이라면 삶의 미 또한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런 방식으로 미를 체험한다.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주장하지 않아도 그이가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이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는 걸 우리는 알지 않는가.
우리의 혀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자주 우리의 진심을 왜곡한다. 말로 표현된 것들이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의 뜻을 고스란히 담는다고 믿을 수 없다. 말은 늘 침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말하는 도중에 우리는 무형의 구두점을 사용한다. 쉼표와 느낌표와 물음표 그리고 말줄임표까지 우리의 말과 함께 움직인다. 잠시 숨을 고를 때나 억양이 달라졌을 때나 그런 순간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두점을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짧은 침묵의 순간 역시 하나의 말이다. 그러므로 어떤 말을 해석할 때는 이 침묵을 고려해야 한다. 삶도 그와 닮은꼴이다.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살지 않는다. 시간은 마치 우리의 심장처럼 멈추지 않으며 우리의 혈관 속 피처럼 끊임없이 흐른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줍기 위해 무릎을 굽히기도 한다. 삶은 이 멈춤과 침묵 없이 해석될 수 없다. 멈추고도 멈추지 않는 것, 흐르고도 흐르지 않는 것. 우리의 삶은 처음부터 아름다운 그 무엇이다.
<2010. 0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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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