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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신발을 신을 때는 느끼기 힘들지만 틀이 견고하고 딱딱한 등산화를 신으면 왼발과 오른발의 크기가 같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난생 처음 등산화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구입했을 때 나는 그 신발에 문제가 있는 줄만 알았다. 왼발은 편안한데 오른발 발등이 꽉 죄여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신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새 제품으로 교환해 달라고 말했더니 저쪽에서는 그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오른손잡이시죠? 그럼 오른발이 왼발보다 조금 큽니다. 처음엔 불편해도 신고 다니면 좀 나아질 겁니다. 딴에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치수를 높이면 오른발은 좀 편해질지 몰라도 헐거워진 왼쪽은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테니 말이다. 그 직원의 말이 맞았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견고한 등산화도 변형이 이뤄졌는지 한동안 신고 다닌 덕분에 지금은 오른발도 편안하다. 우리 몸은 대칭으로 이뤄졌다. 그렇다고 해서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한 대칭은 아니다. 처음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 자리를 잡았을 무렵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태 완벽한 대칭인 사람을 본 적은 없다. 한쪽 눈은 쌍꺼풀인데 다른 쪽은 외꺼풀인 사람도 많다. 이처럼 눈에 띄는 비대칭도 있지만 겉보기에는 완벽한 대칭일지라도 어느 구석인가는 다르게 마련이다. 결국 우리 주변 사람들 가운데 완벽한 대칭은 없다. 어쩌면 우리의 몸은 대칭이라기보다 비대칭이라고 하는 게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무심코 우리가 진실이라고 단정짓는 것들이 결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삶은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인 것이기에, 역설적으로 진실은 삶이 전진하는 만큼 새로워진다. 오른발과 왼발의 차이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소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진실의 문제가 된다면 이 사소한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진실은 다람쥐처럼 재빨라서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종적이 묘연해지게 마련이니까.
<2010.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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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