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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다루는 게 일이다 보니 국어사전을 애용한다. 사전은 유도신문을 ‘검사나 경찰관이 범죄 혐의자를 신문할 때, 예상한 죄상의 진술을 얻기 위해, 교묘한 질문으로 모르는 사이에 자백하도록 꾀어 묻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최근 이 유도신문에 걸려든 국회의원이 한 분 계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문한 사람이 검사나 경찰관이 아닌 가수라는 것, 신문대상이 범죄 혐의자가 아니라는 것 정도랄까. 가수가 던진 질문은 그다지 교묘하지도 않았다. 또한 특정인을 꾀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즉각 “북한 로켓 발사 성공을 경축하는 사람이라면 김정일 정권 하에 살아야 한다”라는 자백이 터져나왔다. 내가 이 진술을 자백이라 일컫는 이유는 스스로의 신념에 의거한 발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귀가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다.
아, 평소에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그렇게 고결한 견해를 왜 이제야 밝히신 겁니까, 라고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얼마나 갸륵한 생각인가. 이산으로 고통받았던 저 숱한 사람들도 이제 국경을 넘어 가 부모형제와 살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월경허가 혹은 이민허가의 조건은 ‘경축’으로 충분할 테니, 많은 분들이 고향땅을 밟으실 수 있겠다. 좋든 싫든 ‘경축!’ 한마디 해주고 그리운 부모형제와 상봉할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할까. 돌아오고 싶으면 남측이 PSI 전면참여를 선언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경축!’해주면 되지 않을까. 상상해보라. 경의선을 따라 혹은 의주대로를 따라 모든 이들이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을. 경축! 경축! 이 얼마나 지당한 세상인가. 물론 우리는 그 자백이 하나의 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류 역사가 증명하듯 되풀이되는 꿈은 현실에 가까워지게 마련이다. 해서 더 많은 분들이 자백하셨으면 싶다. 속에 감춰둔 채 끙끙 앓지들 마시고 가고 싶은 사람은 가라고 자백들 하셨으면 싶다.
<2009. 4. 21 손홍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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