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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시를 ‘소리와 의미 사이의 머뭇거림’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 시어란 일상어와 전혀 다른 그 무엇이 아니라, 똑같은 언어체계 내의 조금 다른 용법일 뿐이다. 말하자면 외계어와 같은 전혀 다른 언어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말 그대로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스스로도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시를 말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서로 가까울수록 조사(助詞), 즉 토씨 없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아이는 엄마에게 ‘밥을 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밥 주세요!’라고 한다. 그냥 ‘밥!’이라고만 해도 된다. 이쯤이면 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간단하게 축약된 형태의 언어도 시와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시인과 가까워지는 때는 바로 말 그 자체가 말의 의미에 갇혀있지 않은 때이다. 소리와 의미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사이에서 무언가가 머뭇거릴 때 우리는 그걸 시라고 한다. 돌아보면 우리 모두 시인이 된 적이 있다. 검열이 존재할 때이다. 일제시대, 군사독재시대처럼 강제적이고 제도적인 검열이 존재할 때 우리 시가 한층 더 높은 미학적 성과를 거두었다는 역설이 가능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일제시대도 아니건만, 군사독재시대도 아니건만 여기저기서 시인이 등장하고 시가 난무한다. 미네르바라는 독특한 시인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뉴스 앵커가 클로징멘트 대신 시를 읊게 된 것도 모두 검열 때문이다. 소리와 의미 사이에서 머뭇거릴수록 시는 시답게 된다. 시는 그런 방식으로 검열을 넘어선다. 우리의 언어가 시에 가까워질수록 또한 검열은 무용지물에 가까워진다.
<2009. 4. 14 손홍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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