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우 기행시> 3편/ 조정애
팔라우에서
조정애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7월의 해양성 바람을 타고
지상의 에덴 록 아일랜드를 돌 때
하얗게 드러난 산호언덕 위에
흰 텐트 아래 붉은 의자 두 개
멀리 아랍왕자의 하얀 요트가
신들의 정원에 닻을 내리고 있었네
옥빛 남빛 에메랄드 푸른 진주빛
하늘과 바다를 가르며 달리던 배가
닻을 내리고
미끼를 단 줄낚시로
푸른 영혼이 숨 쉬는 물고기에게 말을 걸었지
“피쉬피쉬 ”
손맛 몸맛에 제 혼의 맛을 전율로 안겨주며
대어의 빛난 언어들이
뱃전을 튕기는 물보라 위로 솟구쳐 올랐네
아들의 친구 추장 밴과 그의 아내 데일리아와
그리고 정다운 토미와 함께
“미끼미끼”
“피쉬피쉬”
활짝 웃음꽃 피우면서
즉석생선회도 먹고
정글의 법칙을 촬영한 벤섬도 구경하고
느릿느릿 코로르로 돌아오는 바닷길
눈부신 석양 앞에서
두고 온 그대가 그리웠다네.
팔라우 ‘아이고 브릿지’에서
조정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후
교황 알렉산더 6세는
영토 분쟁을 막기 위해 묘안을 짠다.
지구의를 동서로 남북으로 그어놓고 선언한다
“하나님 권위를 대신하여
동편은 포르투갈 서편은 스페인에게 위탁하노라“
오세아니아 섬들은 모두 스페인 영토에 속했다
340개의 섬을 가진 팔라우를
스페인이 독일에게 팔아넘겼다
1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하자 일본에 넘어가고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하자 미국이 통치하게 된다
태평양 전쟁 당시
팔라우에 수많은 한국인이 강제징용으로 끌려왔다
참절비절한 노역과 배고픔과 총알받이로
그들이 토해낸 신음소리
아이고! 아이고!
고향이 그리워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던 소리
아이고! 아이고!
그들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갔지만
코롤섬과 응게카페상섬을 잇는
‘아이고 브릿지’가 되어
천추의 한으로 남아있다
수만 명이 죽어간 피바다는 ‘오렌지오션’으로 불리고
바다에 잠긴 선박 항공기의 잔해가 그날의 비극을 말해준다
아이고 다리 옆에는 시골면사무소 같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인구 이만 명의 팔라우는 1994년 독립하여 유엔가입국이 되었다
일제36년을 살아나온 한국과 인연이 깊은 팔라우
멜레케옥의 대통령궁 맞은편엔 한국인의 위령탑이 서 있다
여기서 고초를 당한 정신대할머니들을 떠올리며 옷깃을 여민다.
야자수 길 따라 양철지붕이 보이는 시골마을은 평화롭다
그대 한국인의 영혼이여,
팔라우, 천국에서 영원히 안식할지어다.
천국을 보여주는 무지개나라
조정애
복음성가 ‘하나님의 은혜’를 흥얼거리며
아들이 준 첫 선물 푸른 토파츠 목걸이를 걸고
한국 출발 4시간 50분 만에 새벽의 팔라우공항에 도착했다
특급 리조트가 아닌 팔그릴에서 짐을 풀고
창 너머로 산호가 드러난 바닷가에 빵 조각을 던진다
내가 팔라우에 던지는 유일한 인사다
푸른 물고기 떼가 몰려오고
큰 점박이 물고기가 그 뒤를 잇고
날쌔게 빵을 낚아채는 더 큰 물고기
오징어도 가오리도 더러 나타나고
그 너머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 헤엄치고
세계 최고의 해양지역인 록 아일랜드와
적도 태평양의 구름과 피어오르는 무지개를 보며
맹그로브 나무 아래서 진종일 나를 씻어내도 좋다
자연보호 정책으로
대다수가 무인도인 바다 물밑에서
세계 최고의 산호와 열대어 ‘자이언트 크램’
여신이 들어있는 서양화 그 대형조개를 만나기도
세계적인 휴양지 PPR, PRR 리조트를 돌아보고
야자수 아래 국립병원 수산센터 폭포수도 찾아가고
코코넛과 망고와 생선회와 바비큐
입맛부터 편안한 김치 된장찌개도 먹었다
그믐밤 남태평양 별들을 보기 위해
밤낚시 배를 타고 깊은 바다로 나갔다
엔진조차 꺼버린 고요 속에서
오징어 미끼를 달아 건네주는 릴을 붙잡고
찬란한 별들의 향연을 즐기는
나는 옛적 소녀가 된다
한없이 보여주고픈 적도의 별
점점 멀어지는 구조보트를 향해 컴백! 컴백!
타이타닉 여주인공이 호루라기를 불던
밤바다 그 두려움을 깨고
힘차게 당기어 상어 두 마리를 낚았다
팔라우 전 야구감독 곽 선생의 도움으로
연전에 내가 낚아 올린 대어 참치는
아직 이곳 기록에 남아있다
원주민의 정겨운 모습과 풍만한 여인의 미소
토미, 벤, 데일리아가 흔드는 남태평양 엉덩이춤이여
함께 간 삼촌과 그의 아들 종명이 줄리 제니
코로르의 “팔 그릴”에서 어울려 노래를 부르던 밤
기막히게 잘 부르는 추장의 노래에 반하여
불현듯 멀리 두고 온 그대들이 그리워졌다
오랜 세월 침전된 산호가루 고운 머드팩은
세계에서 오직 팔라우에서만 만날 수 있다
스노클링의 수만 개의 젤리피쉬에서
나는 떠오르는 십자가를 보았다
팔라우 어디에도 이제 슬픈 그림자는 없다
‘빨리 빨리’는 없다
천개의 바다 빛으로
원주민은 늙어도 나이를 모른다
문명에 길들어진 이여
아직도 욕망에 사로잡힌 이여
속이고 속히는 투자의 행렬은 끝났다
외국인 투자로 카지노가 들어서는 것을
원주민 어머니회의 반대로 무산시켰다.
하나님은 지금 이곳에 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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