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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만 잡아 먹은 이무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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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귀신도 많고 괴물도 많다
처녀를 잡아 먹은 이무기 같은 괴물
제주도에는 귀신이 천팔백이나 된다나
제주도에 많은 뱀들은 저래 뵈도 귀신-
귀신 중에도 터주대감 뱀 귀신
배로 슬슬 기어만 다니던 뱀들이
여러해 묵어 발이 달리고 날개가 달리고
날아 오르게 되면 용이라지만
되다가 말고 날아 오르지 못한 놈은
이무기라고 하는 끔찍한 괴물
용이 못된 화풀이를 사람들에게 한다
처녀를 잡아 먹어 몸보신하는 이무기
처녀에 맛 들인 이무기가 제주도를 휩쓸었다
어디서 처녀를 구하는가- 다 잡아 먹었으니
그렇다고 안 바치면 그 행패 누가 감당 하나
과부라도 바쳐 볼까- 그 놈이 알게 뭐야
하지만 용이 되다 만 이무기- 정말 귀신 같다
처녀 냄새 과부 냄새 용케도 잘 가려 내고
그 앙가품으로 태풍을 휘몰아 온다-
한 여름에 눈을 뿌린다- 우박이 쏟아진다
온 제주도가 황폐해 갈 때 한 구세주가 나타났다
한라산 깊은 굴에서 홀 어머니 모시고 살던 숨은 효자
날마다 활과 칼을 들고 사냥터를 달리던 씩씩한 용사
귀신도 겁내지 않는 용감한 탐라국의 사나이
아들이 이무기를 잡으려고 나서자 어머니의 당부
이무기를 찌르고 돌아섰을 때 뒤를 돌아보지 마라
그 악독한 이무기 죽이려고 말 타고 달려 가서
단칼에 그 목을 찔러 죽인 탐라국의 용사
돌아서 올 때 뒤에서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
아들을 부르는 어머니의 애절한 목소리
어머니의당부를 잊고 뒤를 돌아본 젊은이
그것은 죽어 가는 이무기의 소리였다
젊은이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이무기는
젊은이의 얼굴에 독을 내뿜었다
이무기는 목에서 피를 쏟으면서 죽었고
젊은 용사도 이무기의 독에 죽고 말았다
이무기의 목에 칼을 꽂고 있는 용사의 저 모습과
처녀를 짓밟고 서 있는 이무기의 저 석상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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