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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아버지의 아들
-故김선일씨를 추모하며
최장락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라는 것인가.
도대체 무슨 낯으로 아이들을 쳐다보란 말인가.
저 황막한 사막에서 고국하늘 쳐다보며
원망을 보낸 저 청춘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 주었단 말인가?
아버지의 아들이
조국의 청춘이 그렇게 죽어갔는데도
이 조국은 누구를 위해
그를 차디찬 사막의 한가운데 버려두고
죽음을 맞게 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슴에 뜬 달과 같은 그리움의 조국아,
너는 시퍼런 그믐달같이 칼날 세워
누구를 향해 비수를 던졌는가.
돌아오지 못하는 저 기막힌 세월
저 푸른 청춘의 못다 핀 꿈을
한번이라도 들여다 보았는가.
살고 싶다고 절규했을 때 외면했던 조국아
그래도 파병반대 찬성으로 분열된 조국을 믿고
전쟁터에서 꿈을 키워 가던 한 청춘이
쓰러질 때 너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너희가 그렇게 패거리 싸움이나 할 때
죽어간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었나.
살아있는 자가 오히려 부끄러운 조국의 현실에
그대,
그래도 훨훨 벗고 가시게.
가슴에 피눈물 맺혀 화석이 되어도
다시 살아 올 그 날은
이 땅의 어른들이 참 어른으로 거듭난
그런 세상이 오거든 다시 오시게.
지금은
그대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네.
아버지의 아들이 부끄럽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오거든 그대 가슴 풀고
학처럼 다시 내려 오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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