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성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개나리 꽃눈]
(삶이보이는창, 2006년 3월 30일)
노동자 시인 표성배는 1966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아침 햇살이 그립다』를 내고 『저 겨울산 너머에는』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노동자 시인 모임인 <객토>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창원공단 <두산기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표성배의 시에서 외적 공간은 공장이다. 공장은 화자의 경험 공간이다. 창작자 자신으로 보이는 화자의 실제 행위가 이루어지는 활동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시에서 미학적 변형을 거쳐 작품에 반영된다. 표성배가 시에 반영하는 공간은, 우리가 선입견으로 갖기 쉬운 쇳덩이와 기계소리만 윙윙거리는 무생물의 공간이 아니라 기계어와 생물어가 만나 동거를 하며 축제를 벌이는 공간이다.
또 이 시집은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즉 인물의 전형화를 통하여 노동현실을 반영한다. 시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타나는데, 어려서 공장에 들어온 인물에서부터 일에 몰입하는 인물, 산업재해로 현장에서 죽어가는 인물, 정리해고와 대기발령으로 불안해하는 인물, 노동쟁의에 참여하는 인물,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인물, 해고가 되어 거리에서 값싼 의류 노점상을 하는 인물 등이 시적 화자나 주인공이 되어 시에 출연한다.
많은 독자들이 제조산업의 구체적 현장에서 일하면서 시 창작을 하고 있는 표성배의 시를 통하여 한국 내 공장 공간과 노동의 현실, 노동자의 일상 세계를 진실하게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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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성배
1966년 경남 의령 출생.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았고, 시집 『아침 햇살이 그립다』(2001, 갈무리) 출간 이후 『시경』 등에 작품 발표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저 겨울산 너머에는』(2004, 갈무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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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나무와 꽃과 불꽃
지게차들이
숨이 턱에까지 차올라 웽웽거린다
바퀴가 수백 개에 달하는
트랜스포트라는 괴물이
몇 백 톤이나 되는 제품을 업고
공장바닥을 휘젓고 다닌다
불꽃을 내뿜는 용접기와 고막을 찢는 함마소리,
철판을 동그랗게 말기도 하고
원하는 만큼 눌려 굽히기도 한다
이런 투박한 공장에도
쇠들의 무뚝뚝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약해 보이는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개나리는 봄만 되면 낭창낭창 허리를 흔든다
은행나무에 보금자리를 튼 까치들과
시멘트 바닥을 넘어
대장정의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
개미들도 있다
몇 백 톤의 쇠들과 불꽃과
나무와 꽃과 개미들이 공존하는 곳
공장이 삭막하기만 하다는 말은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
::추천글
저항의 항구도시 마산에서 젊은 시절을 노동을 통해 단련시킨 표성배 시인의 정신건강은 한국노동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피와 땀으로 달구어낸 올곧은 시어와 만날 때 전근대적인 예술적 은닉은 무의미해야 하며 신바람 일으키는 기개는 이 땅 노동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정규화(시인)
‘······바람도 비도 비집고 들 틈 없는/ 벽과 벽뿐인 공장······’ 그 무기질의 차가운 기계 앞에서도 그는 늘 따뜻한 꿈을 꾼다. 일상적으로 눈빛이 마주치는 덩굴장미, 비둘기, 민들레, 배롱나무, 그리고 그의 동료들과 함께···, 그가 꿈꾸는 것이 ‘시詩적 유토피아’든 ‘노동해방’이든 상관없이, 나는 그의 세상에 대한 따뜻하고 줄곧 희망을 놓지 않는 시선이 무엇보다 대견스럽고, 또 고맙다.-오인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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