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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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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과 같은 세상에서 시인 하승무가 바라보는 인간의 대지는 무감각 그 자체다.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 앞에 우리는 이제 거울조차 바라보지 않는다. 이런 불모의 시대, 스스로 '파멸의 눈동자'라칭하는 그가 지나고, 헤치고, 견디며, 넘어서 다다르고자 하는 세상은 태초에 어떤 분이 우리에게 준 순수의 세계일 것이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하승무의 시가 저 홀로 노을에 물드는 산자락의 바위처럼 듬직하게 다가왔다. 가히 빛나는 해후라 할 만하다. 시는 은유와 상징을 리듬에 실어 나르는 고된 작업이다. 그 은유와 상징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 넘어서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면 강할수록 시인에게 지워지는 사유의 고됨과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승무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그 짐을 자청한 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내보이고 있다. 긴 호흡에 실려 오는 은유와 상징의 이미지는 기독교적 사유로 이 현실을 초극해보려는 시인의 의지가 곳곳에서 예리한 언어의 칼날로 다가선다. 그리고 그 상징들이 펼치는 세계는 묵시문학의 뿌리에 가 닿기도 하지만, 광야에서 외치는 외로운 선지자의 목소리로 들려지기도 한다. 이러한 시인의 근원적 생명력은 〈시인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詩人」)라는 부단한 자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승무 시인의 시를 보면 기독교의 상징체계를 능수능란하게 적용하여 매우 독창적이며, 독자적이다. 윌리엄 블레이크가 회화와 시에 적용한 상징과 비유, 계시의 종말론적 묵시와 내재화가 한 단계 더 진전되어 있다. 또한, 히브리적 사유에 깊이 천착되어 있으며 메시아 사상과 종말적 천국의 도래의식은 예언적 묵시와 상징을 통해서, 온 인류가 한 단계 또 한 단계 승화됨과 구원을 희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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