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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활짝
신수현
비바람에 흠씬 휘둘린 자국 안 보인다고
P시인이 내게 온실에서 자란 꽃 같단다
내 몸을 할퀴고 넘어뜨린 발톱의 흔적들
어디쯤 웅크렸다가 뼈마디 헤집고
고개 내미는 것은
몰려오는 검은 구름에도 놀라
멈칫거리며 비틀거리며 혼자 기를 쓰고 발버둥치는
그건 그러면 누구?
속과 다르게 얼굴은 거짓?
앵글이 내게 맞춰지면 화들짝
활짝
웬 온실꽃?
한강 둔치에서
신수현
지는 가을볕 아쉬워 나간 산책길
인라인 파워워킹 부산하던 발길이 드물다
이따금 자전거나 한 대씩 지나고
잘 익은 풀들이 무더기로 엎드려
멧비둘기 참새 떼에게
남은 씨앗 아낌없이 내 주고 있다
통통 명랑한 풀밭 위의 식사?
어김없이 힘 센 놈에게 쪼이며
눈칫밥을 먹는 것들이 보인다
무료급식 밥차 앞의 얼굴들이
뜬금없이 떠오르지만
풀씨로 여무는 저 몸들
노숙의 찌든 냄새는 없다
어둠이 오더라도
바람을 재우고 볕을 품고 있는
저 풀 더미 속 둥지 안으로
구구 찌르찌르 부리를 맞대고
밥 냄새 익어가는 꿈을 꾸리라
무엇 하나 품거나 내주기는커녕
제 입에 드는 밥주걱도 겨운
내 몸을 어찌 알아차렸는지
남은 햇살들 어깨에 둘러앉아
다독다독
온기를 쟁여주고
□ 약력: 1999년 월간《현대시학》등단.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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